인류 문화 15가지 이야기 정리한 신간 ‘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문화라는 말에는 많은 것이 포함돼 있다. 의식주는 물론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모두가 그 안에 담긴다.
이런 문화는 어떻게 발전하고, 어떻게 한 발자국 나아갔을까.
마틴 푸크너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문화는 과거의 작은 파편들을 가져와 새롭게 놀라운 의미 생산 방식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재활용 프로젝트”라고 규정한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책 ‘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어크로스)는 푸크너 교수가 4천년에 걸친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을 15가지 이야기로 풀어낸 책이다.
책은 프랑스 남부의 ‘쇼베'(Chauvet) 동굴 벽화 사례에서 시작해 이집트 네페르티티 왕비, 인도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왕 등의 사례를 설명하며 문화가 서로 얽히고설키는 과정을 찬찬히 짚는다.
푸크너 교수가 주목하는 건 시간과 장소를 뛰어넘어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다른 문화를 빌려오고, 기존 문화와 혼합하면서 인류 역사에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었는지다.
예컨대 로마인들은 그리스에서 문학과 연극, 신을 들여왔고 에티오피아인은 히브리인과 기독교 성경을 연결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고 그는 설명한다.
푸크너 교수는 이런 점을 볼 때 “문화는 접촉을 통해 결합해 광범위한 영향력을 끼치고, 깨진 전통을 조각조각 이어 붙여서 혁신을 끌어낸다”고 강조한다.
그가 영어 원서에 붙인 부제는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더 스토리 오브 어스, 프롬 케이브 아트 투 K-팝'(The Story of Us, From Cave Art to K-Pop), 번역하자면 ‘우리의 이야기, 동굴 예술에서 K-팝까지’다.
푸크너 교수는 책 에필로그에서 1990년대 후반 인터넷과 함께 등장한 ‘한류’를 언급하며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그룹 방탄소년단의 멤버 뷔의 가면 퍼포먼스 사례 등을 소개한다.
그는 한류가 전 세계 팬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록, 재즈, 레게 등 여러 장르가 뒤섞인 스타일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라 분석하면서 문화 차용의 긍정적 의미를 부여한다.
이어 “K-팝은 문화사가 순환과 혼합을 향하고 있음을 일깨워주는 좋은 사례”라고 평한다.
허진 옮김. 4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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