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사고, 체험’ K팝 팝업 전성시대…”아이돌 그룹 브랜드화”

르세라핌·NCT 위시·이세계아이돌 등…판매 MD도 고품질·다양화

“아티스트와 그 메시지 더 깊게 경험…MD로 부가가치 창출에도 유리”

걸그룹 르세라핌 팝업스토어
[하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서울 성동구 금호동4가의 한 복합문화공간. 비가 으슬으슬 내리는 궂은 날씨에 평일인데도 지상 3층짜리 콘크리트 건물을 찾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평범하지 않은 노출 콘크리트 구조의 건물에서는 걸그룹 르세라핌의 노래가 은은하게 흘러나왔고, 1층에는 세련된 디자인의 MD(굿즈상품)가 보기 좋게 진열돼 있었다.

바로 르세라핌의 새 미니음반 ‘이지'(EASY) 발매를 기념한 팝업스토어다. 1층은 ‘멤버들도 불안과 고민이 있었으며 이를 노력으로 극복해 나간다’는 음반의 콘셉트에 맞춰 앙상한 나뭇가지와 가시덤불 등으로 꾸며져 눈길을 끌었다.

하이브 관계자는 25일 “차갑고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회색빛의 노출 콘크리트를 그대로 드러낸 건물은 멤버들의 솔직한 고백을 표현한 것”이라며 “우아하게 흩날리는 9m 높이의 천막과 늪에서 피어난 꽃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담대하고 의연해 보이는 멤버들의 외면을 시각화했다”고 소개했다.

가요계에서는 최근 유명 K팝 아이돌 그룹의 팝업스토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과거 단순한 MD 판매 차원에서 출발한 팝업스토어는 이제는 그룹의 메시지와 정체성을 직접 체험하는 공간으로 발전했다.

르세라핌 앨범 메시지를 형상화한 팝업스토어 공간
[촬영=이태수]
tsl@yna.co.kr

멤버 사쿠라는 최근 쇼케이스에서 이번 팝업스토어에 대해 “우리 르세라핌이 브랜드화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언급했다.

하이브 관계자 역시 “팝업스토어는 팬들에게 아티스트와 그들의 메시지를 더 깊게 경험하게 하는 동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르세라핌 팝업스토어는 특히 신보 트레일러 영상에 방문객의 얼굴을 즉석에서 합성해 보여주고, 이를 저장할 수 있게 해주는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도 도입해 재미를 더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온 김영준(24)씨는 “팀의 메시지를 신기한 콘텐츠로 잘 구현해 냈다”며 “내부를 잘 꾸며놔서 르세라핌이 글로벌 아이돌로 성공한 것이 잘 느껴졌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그룹 NCT 위시도 최근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공식 데뷔 전부터 팬들을 맞았다.

이곳에서는 그립톡, 스티커, 포스터, 키링, 티셔츠 같은 MD를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희망’이라는 그룹 콘셉트에 맞춰 방문객의 소원을 적어 붙이는 공간도 마련됐다.

또 사물함 형식의 전시 코너에 멤버별 소품과 사인을 들여놓아 이제 갓 가요계에 발을 들이는 여섯 멤버에게 친숙하게 다가가실 수있게 했다.

SM 관계자는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해석한 체험 공간인 팝업스토어에서 일종의 공감각적 경험으로 (앨범의) 콘셉트를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공간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경험은 앨범과 아티스트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이고, 아티스트와 팬들의 교감을 가능하게 한다. 더 나아가 이 경험이 축적되면 회사의 브랜딩 가치를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더현대 서울에 열린 NCT 위시 팝업스토어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더현대 서울에는 NCT 위시 말고도 인기 버추얼(가상) 걸그룹 이세계아이돌 팝업스토어도 열려 수십 명의 팬들로 북적였다.

양손에 가득 MD를 사서 나온 한 팬은 “오늘 한 50만원어치를 사서 물품을 정리하는 중”이라며 “오프라인 이벤트를 열어 팬을 배려하려는 노력이 좋게 보인다”고 말했다.

가요계에서는 팝업스토어의 성황이 나날이 커지는 MD 시장과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

최근 몇 년간음반 판매량이 가파르게 성장해 그에 따른 역기저 효과도 우려되는 만큼, MD 매출이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는 것이다.

장철혁 SM 대표이사는 지난 7일 실적발표회에서 “(해외) 현지 아티스트 발굴 및 그들의 글로벌 활동과 연계된 MD 판매 확장 등으로 추가적인 매출을 확보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팝업스토어에서 판매되는 MD의 종류도 기존 키링·포토카드 같은 ‘기념품’ 수준에서 의류·생활용품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르세라핌은 이번 팝업스토어에서 최신 ‘고프코어룩'(아웃도어 룩을 일상복처럼 스타일링한 패션) 의류, 자동차 용품 브랜드 ‘피치스’와 협업한 액세서리, 고급 휴대전화 액세서리 브랜드 ‘케이스티파이’와 협업한 의류·스마트폰 용품 등을 선보였다.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이세계아이돌 팝업스토어에 몰린 인파
[촬영=이태수]
tsl@yna.co.kr

이세계아이돌 역시 의류와 텀블러 등 다양한 범주의 MD를 팝업스토어에 내놨다.

이세계아이돌 팝업스토어를 공동 주최한 지니뮤직 관계자는 “팬덤의 영향력이 온오프라인을 아울러 전방위적으로 커지면서 이들을 겨냥한 MD도 고급화·다양화하는 추세”라며 “MD 상품은 팬들에게 ‘소유’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고, 기획사에는 부가가치 창출에 유리하다”고 짚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는 팬심을 자극하는 스티커 같은 문구류 MD가 주를 이뤘다면, 요즘은 의류, 홈웨어, 쿠션, 수면 안대 등 일상서 가볍게 사용하는 제품이 많다. 앞으로는 실용성을 기반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시장과 결합한 형태로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ts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