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신자유주의가 촉발한 내전…’내전 대중혐오 법치’

3루 베이스에서 태어난 그들…’억만장자가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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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내전, 대중 혐오, 법치 = 피에르 다르도, 크리스티앙 라발 등 지음. 정기헌 옮김.

“신자유주의는 애초부터 내전이라는 근본적인 선택에서 출발했다.”

철학자이며 사회학자들인 저자들이 시종일관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다. 내전은 말 그대로 동일한 국가의 시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말한다.

법의 우위를 인정함으로써 폭력을 중단하는 것이 정치라면, 내전은 투키디데스 말대로 “열광과 복수를 하나로 뒤섞는” 분노와 폭력의 무원칙한 분출에 토대를 둔다.

신자유주의가 촉발한 내전 양상은 그간 칠레, 미국 등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우파는 ‘자유’의 이름으로 평등에 대항해 내전을 벌였고, 사민주의 계열의 좌파는 현실주의를 앞세우며 여기에 동참했다. 특히 좌파는 그 과정에서 인민계급을 대변하지도, 공공서비스를 보호하지도 못했다고 저자들은 비판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이 내전은 사회적 권리 축소를 노린다는 점에서 사회적이고, 외국인에게서 모든 종류의 시민권을 박탈하고 망명권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민족적이며, 모든 저항과 비판을 억압하고 범죄화하기 위해 법적 수단을 쓴다는 점에서 정치적이고 법적이다.

또한 이 내전은 신자유주의의 “유명하지만 기만적인 구호”인 ‘1%대 99%의 대립’을 토대로 한 것이 아니다. 이는 지배 세력이 국민 일부의 적극적 지지에 힘입어 다른 국민 일부를 상대로 벌이는 전쟁이다.

그들은 시장 질서와 경쟁에 반대하는 모든 ‘적’을 분쇄하기 위해 법을 이용한 지배, 즉 법치를 내세우며 경찰과 군대를 동원한 직접적인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의 바탕에는 대중 혐오, 즉 반민주주의 정서가 자리 잡고 있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이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평등과 민주적 자치를 위한 투쟁을 축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민주주의적 정치 활동을 막는 모든 장애물에 대항해 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원더박스. 4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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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만장자가 사는 법 = 척 콜린스 지음. 김병순 옮김.

부자인 것은 다 그럴만한 자격이 있기 때문이며 그들이 보유한 부는 그들의 재능과 가치,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얘기가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 불평등 전문가인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독점적 지배와 정부 보조금, 가족으로부터 물려받은 유리한 조건, 행운 따위의 다양한 외부 도움들이 어우러지면서 막대한 부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억만장자들은 사회에 재산 일부를 환원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내야 할 세금을 마땅히 내고, 투자를 약속하고, 지분을 내놓고, 모든 사람을 위해 작동하는 경제를 위해 일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한다.

책의 원제는 ‘본 온 써드 베이스'(Born on Third Base)다. 3루 베이스에서 태어났다는 의미로, 남들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태어난 부자들을 일컫는다.

한국NVC출판사. 4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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