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라이브즈’ 美제작사 A24 대표 “韓, 최고 창작자 산실”

“아름답고 현실적인 이야기…셀린 송과 협업은 황금 같은 기회”

공동제작 CJ ENM “글로벌 사업 확장 고민…해외와 협업 계속할 것”

사샤 로이드 A24 인터내셔널 대표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A24는 지난 10년간 영화·콘텐츠 업계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을 이뤄낸 신흥 강자로 꼽힌다.

작품성과 다양성을 내세운 영화들로 팬덤을 쌓는 한편 미국 아카데미 등 굵직한 시상식의 부름도 매년 받고 있다.

우리 관객에게는 윤여정에게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안긴 ‘미나리’를 만든 곳으로 친숙하다.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로는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과 이성진 감독에게 에미상과 골든글로브상을 안기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CJ ENM과 손잡고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를 제작해 미국에서 개봉했다.

이 영화는 신인 감독의 데뷔작으로는 이례적으로 다음 달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라 있다.

한국 개봉을 맞아 내한한 사샤 로이드 A24 인터내셔널 대표는 29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한 인터뷰에서 “송 감독이 뉴욕에서 극작가로 활동했던 때부터 재능을 알아봤다”며 “그가 영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얘기를 듣고서 꼭 A24가 함께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돌아봤다.

“‘패스트 라이브즈’ 각본을 받고서 깜짝 놀랐습니다. 시나리오를 본 모두가 감동했어요. 아름답고 로맨틱하면서도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새로운 크리에이터(창작자)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회사기 때문에, 셀린 같은 새로운 감독과 함께할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죠.”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속 한 장면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24가 제작이나 투자·배급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아티스트라고 로이드 대표는 힘줘 말했다.

신인이라 할지라도 재능만 있다면 그가 자유롭게 작품을 연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게 A24의 역할이라고 했다. ‘미나리’ 역시 몇 년간 주류 영화계에서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정이삭 감독을 발굴한 덕분에 나온 작품이다.

로이드 대표는 “우리는 새롭고 훌륭한 감독과 일하는 걸 즐기기 때문에 ‘미나리’나 ‘패스트 라이브즈’ 같은 프로젝트를 시도할 수 있었다”면서 “한국은 현시대 최고 크리에이터들의 산실이라 더 많은 (한국) 감독과 작업하기를 고대한다”고 강조했다.

‘미나리’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가정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패스트 라이브즈’는 이민으로 헤어진 두 남녀가 20여년 만에 미국에서 재회하는 내용을 그린 멜로 영화다. 한국 배우 유태오와 한국계 미국인 그레타 리가 주연했다.

대사의 상당 부분이 한국어로 이뤄졌으며 전체의 3분의 1가량을 한국에서 촬영했다. 송 감독의 자전적 요소를 담은 만큼 한국적 정서도 강하다.

로이드 대표는 “아주 한국적인 것도 세계적으로 뻗어 나가서 모두에게 감동을 안겨줄 수 있다”며 “‘패스트 라이브즈’가 다룬 인연이라는 소재도 전 세계 관객에게 통하는 보편적 감성”이라고 강조했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속 한 장면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패스트 라이브즈’를 공동제작·배급한 CJ ENM은 이 영화로 ‘기생충’ 이후 처음으로 오스카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됐다. CJ ENM 작품으로는 두 번째다.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부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어떻게 하면 북미를 통해 글로벌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기생충’의 성공으로 미국에서 새로운 영토를 개간한 셈이 됐고, ‘패스트 라이브즈’도 시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미 같은 ‘성숙 시장’에는 강자(거대 영화사)들마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CJ ENM은 A24처럼 유통, 인프라, 노하우가 있는 파트너와 협업해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드는 중”이라고 했다.

CJ ENM은 올해도 해외 영화사와 공동 제작하는 작품 2편을 크랭크인할 예정이다.

한국 오리지널 영화 역시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하겠다는 게 CJ ENM의 설명이다.

고 부장은 최근 CJ ENM의 한국 영화가 잇따라 저조한 성적을 낸 것과 관련해 “시대정신에 맞는 작품을 빠르게 제작하거나, 트렌드를 예측해 만드는 방식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제작비가 드는 콘텐츠의 (투자 결정) 허들을 높이는 한편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는 차원에선 과감한 투자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rambo@yna.co.kr

사샤 로이드 A24 인터내셔널 대표와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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