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상 크리스토퍼 놀런 유력…여우주연상은 경합
한국 영화 없어…’패스트 라이브즈’ 작품상·각본상 도전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전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제96회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이 채 열흘도 남지 않았다.
오스카상 트로피가 부문별로 누구의 품에 안길지 관측하는 외신 기사도 잇달아 나온다.
작품상처럼 수상이 유력한 후보처럼 큰 이견이 없는 부문도 있지만, 여우주연상과 같이 경합이 치열해 예측이 어려운 부문도 있다. 유력한 후보가 있는 경우에도 이변이 벌어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 한국 영화는 후보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계 셀린 송 감독이 연출한 미국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가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라 주목된다.
◇ 작품상에 ‘오펜하이머’ 유력…여우주연상 경합 치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다.
가장 많은 부문에 진출한 작품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로, 작품상을 비롯해 1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은 11개 부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플라워 킬링 문’은 10개 부문에 진출했다.
시상식의 하이라이트인 작품상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며 평단의 호평을 등에 업은 ‘오펜하이머’다.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프로젝트를 이끈 천재 과학자 오펜하이머의 삶을 그린 이 영화는 올해 1월 오스카 풍향계로 통하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거머쥐었고, 지난달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을 받으며 승기를 잡았다.
‘가여운 것들’과 같은 작품이 경쟁작으로 거론되기도 하지만, 대세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감독상 유력 후보도 ‘오펜하이머’의 놀런 감독이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감독인 그는 지금까지 오스카상과는 인연이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8년에도 ‘덩케르크’로 감독상 후보에 올랐지만, 상을 받진 못했다. 그러나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는 관측이다.
남우주연상도 ‘오펜하이머’의 주인공을 연기한 킬리언 머피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우는 듯하지만,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바튼 아카데미’에서 꼰대 같은 미국 명문고 교사로 열연을 펼친 폴 지아마티가 상을 가져갈 가능성도 남아 있다.
머피와 지아마티는 골든글로브에서도 각각 영화 드라마 부문, 뮤지컬·코미디 부문에서 나란히 남우주연상을 받아 아카데미에서 치열한 경합을 예고했다.
남우주연상보다 예측이 어려운 게 여우주연상이다. ‘플라워 킬링 문’에서 미국 원주민을 연기한 릴리 글래드스톤과 ‘가여운 것들’에서 천재 과학자의 손으로 탄생한 인조인간을 연기한 에마 스톤 가운데 누가 트로피를 안을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각에선 스톤이 ‘라라랜드'(2016)로 한 차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만큼 이번엔 글래드스톤에게 영예가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남우조연상은 ‘오펜하이머’에서 주인공 오펜하이머와 반목한 스트로스 역을 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유력한 후보로 꼽히지만, 그레타 거윅 감독의 ‘바비’에서 켄을 연기한 라이언 고슬링이 받을 가능성도 있다.
여우조연상은 ‘바튼 아카데미’에서 명문고 식당의 주방장을 연기한 더바인 조이 랜돌프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에 별 이견이 없다.
◇ ‘패스트 라이브즈’ 진출한 각본상에선 ‘추락의 해부’ 유력
‘패스트 라이브즈’가 후보로 올라 있는 각본상에서 외신이 유력한 후보로 꼽는 작품은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다.
프랑스 영화지만, 대부분 대사가 영어인 점도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패스트 라이브즈’의 경우 대사의 절반 이상이 한국어다.
장편 애니메이션상은 호아킴 도스 산토스 등 감독 세 명이 연출한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경합하는 구도다. 한국계 피터 손 감독의 ‘엘리멘탈’도 후보로 올라 있다.
이 밖에도 각색상의 유력한 후보로는 코드 제퍼슨 감독의 ‘아메리칸 픽션’와 ‘바비’가 거론되고, 국제영화상은 조너선 글레이저 감독의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꼽힌다.
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수여하는 오스카상은 영화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통한다.
한국 영화로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했다. 이듬해 제93회 시상식에선 배우 윤여정이 한국계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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