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가수’ 日아도 “제 노래엔 혼돈 속 아름다움 있죠”

첫 내한 공연 성황…”세계를 바라보며 그래미 수상이 꿈”

지난달 첫 내한공연을 펼치는 일본 가수 아도(Ado)
[Viola Kam (V’z Twinkle)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제 노래는 태양, 물, 비, 무지개도 있고 꽃도 있는 풍경과도 같습니다. 굉장한 혼돈 같지만, 그 안에 아름다움도 있죠.”

일본 여성 가수 아도(Ado)는 2일 연합뉴스와의 내한 기념 화상 인터뷰에서 자신의 음악을 그림으로 표현해 달라는 요청에 네덜란드의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쾌락의 정원’을 예로 들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수많은 인간 군상과 피조물이 혼재하는 이 그림처럼 “내 음악은 모든 것이 하나 안에 있는 세계”라고도 표현했다.

최근 일본에서 가장 ‘핫한’ 가수로 꼽히는 그는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얼굴 없는 가수’로도 유명하다.

온라인에서 커버 가수로 활동하다 2020년 정식 데뷔, 2022년 애니메이션 ‘원피스 필름 레드’ 주제가 ‘신시대'(新時代·New Genesis) 등의 히트곡을 내며 인기를 누렸다.

아도는 J팝 여성 보컬리스트에서 흔치 않은 거칠고 폭발적인 가창력을 앞세워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그는 지난해 연말 일본 대표 연말 음악 프로그램 NHK ‘홍백가합전’에서나, 지난달 24일 경기도 고양에서 열린 첫 내한 공연에서나 반투명 LED 벽 뒤에서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열창했다.

아도는 “완성된 음원은 완벽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레코딩하는 모습은 ‘폭풍우’ 같다고 생각한다”며 “소란을 피우는 정도”라고 말했다.

아도의 음악을 듣고 있었더니 ‘폭풍우’라는 비유가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나 연애의 감정과는 거리가 먼 거칠고 휘몰아치는 보컬, 때때로 고막을 강타하는 샤우팅 창법은 익숙한 J팝과는 결을 달리했다.

아도는 “저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하고 있다”며 “그 주된 테마는 분노, 슬픔, 애절함, 절실함 같은 ‘네거티브'(Negative)한 부분을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학창 시절에는 다른 여학생과 비교했을 때 제 목소리 톤이 가장 낮았다. 목소리가 가장 큰 콤플렉스였고, 고민거리였다”며 “그런데 음악을 시작하고 제 노래를 발신하게 됐을 때는 오히려 이 부분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사를 표현하기 위해 나만의 방법이 있을지 생각했고, 나에 대해 연구해 샤우팅 창법 등을 구축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가수 아도(Ado) 비주얼 이미지
[유니버설뮤직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아도가 지난달 연 첫 내한 공연은 전석 매진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그는 “원래 한국에 와 보는 게 꿈이었기에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되돌아봤다.

아도는 “관객이 즐거워해 주실지 걱정도 하고 긴장도 많이 됐는데 실제로 많은 분이 와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굉장히 기뻤다”며 “관객 여러분이 보내 주시는 큰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내한 공연에서도 폭발적인 성량과 가창력을 뽐냈고, ‘목소리 하나로 일본을 평정한 가수 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얘기를 전하자 아도는 “노래하는 입장에서 보컬의 테크닉이나 창법에 대해 자신이 있었기에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정말 기쁘다”고 화답했다.

‘아도’라는 예명은 일본 전통 예능 ‘노'(能)에 나오는 ‘가키야마부시(柿山伏)라는 곡에서 유래했다고 설명했다.

아도는 “제가 초등학생이던 11살 때 이와 관련해 교과서에 ‘아도'(조연)와 ‘시테'(주연)라는 말이 나왔다”며 “당시 ‘아도’라는 말이 왠지 모르게 멋있게 들려서 이를 예명으로 하게 됐는데, 나중에 조연을 뜻하는 단어라고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조연으로서 누군가의 인생을 지지해줄 수 있는 존재가 돼야겠다는 의미를 예명에 담게 됐다”고 덧붙였다.

“사실 지금도 월드투어를 진행하고는 있지만, 제 다음의 꿈은 세계를 바라보며 더 큰 공연장에서 노래하는 겁니다. 제 최종 목표는 그래미상 수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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