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신을 믿어 의심치 않는 자, 신이 되고자 한 자, 신을 간절히 찾는 자….
웹툰 ‘사바하’는 신과 종교, 사이비 등 까다로운 소재에 오컬트(악령 등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장르) 요소를 버무려 흥미로운 이야기로 만들어낸 작품이다.
주인공 박웅재는 목사로, 사이비 종교를 추적하고 이들의 악행을 파헤치는 것이 그의 주된 업무다.
나름대로 ‘영적 전쟁’이라고 포장하지만, 엄청난 사명감으로 하는 일이라기보다는 대형 교단에서 돈을 받아 가며 벌이는 영리사업에 가깝다.
그런 박 목사의 눈에 어느 날 ‘사슴동산’이라는 불교계 신흥 종교가 포착된다.
부처나 보살이 아니라 장군을 모신다는 점 외에는 별다른 특징은 없다. 하지만, 어딘가 수상한 냄새를 맡은 박 목사는 위장 신도까지 파견하며 사슴동산의 내부에 깊숙이 파고든다.
그 와중에 강원 영월군에서 우연히 여중생 시신이 발견되고, 부검 결과 몸속에서 팥과 부적이 나오면서 사이비 종교와의 연관성이 차츰 밝혀진다.
여기에 과거 미륵불로 추앙받으며 경전을 썼던 김풍사의 정체, 존속살해를 저지른 4명의 소년범, 어느 시골집에 갇힌 채 울부짖는 불길한 존재까지 겹치면서 이야기가 휘몰아친다.
불교와 기독교 등 여러 종교의 교리를 적절히 섞어낸 뒤 한국적인 배경에서 풀어냈다는 점이 ‘사바하’의 매력이다.
불교에서 수미산 동서남북 네 방위를 지키는 사천왕과 한반도 네 곳에 존재하는 사슴동산 거점, 헤롯 왕이 벌인 베들레헴 영아 학살 사건과 영월 출신 2006년생 소녀들의 실종 사건을 겹치듯 연출했다.
정통 오컬트 장르라기에는 종교적 은유가 많고, 현실적인 분위기도 강해 오히려 이야기가 풀려갈수록 오싹하던 느낌은 옅어진다.
장재현 감독이 2015년 ‘검은 사제들’과 올해 ‘파묘’ 사이에 내놓은 동명 영화가 원작이다.
청각적인 요소가 배제된 웹툰이라는 매체 특성상 영화보다는 긴장감이 덜한 편이다.
덕분에 뱀과 사슴, 코끼리 등 각종 상징적인 동물부터 경전 문구 곳곳에 숨겨진 의미를 찬찬히 음미할 수 있다.
총 25화 분량의 웹툰으로 이야기를 옮기면서 일부 각색도 이뤄졌다.
영화에서는 박 목사의 누나와 살인사건을 좇는 강력반장 황 반장이 따로 등장하지만, 웹툰에서는 이를 한 명으로 합쳐 이야기의 집중도를 높였다.
다만, 웹툰과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같다.
박 목사는 신을 믿지 못하면서도 끊임없이 그의 존재를 좇는다.
결말에 다다르도록 “어디 계시나이까. 우리를 잊으셨나이까”라고 외치며 신의 응답을 바라는 그의 독백이 절절하다.
리디에서 읽을 수 있다.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