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최고 감독 놀런의 대관식”…오스카 압도한 ‘오펜하이머’

외신들 평가…”전쟁의 시대에 더 큰 반향 일으켜”

‘바비’는 주제가상 1개로 그쳐 초라한 성적표

‘오펜하이머’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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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10일(현지시간) 열린 제96회 아카데미(오스카상) 시상식에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가 7관왕을 차지하자 외신들은 놀런 감독(53)이 당대 최고 감독으로서 입지를 굳혔다고 평가했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핵무기와 전쟁의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로 지금의 시대와 공명했다는 점이 올해 최고 영화로 인정받은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오펜하이머는 이날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촬영상, 편집상, 음악상 등 모두 7개 상을 휩쓸었다.

현지 매체들은 이날 오펜하이머가 오스카를 “지배했다”, “압도했다”는 등의 표현을 써서 시상식 결과를 전하며 특히 그동안 아카데미와 인연이 없었던 놀런 감독이 공식적인 할리우드 거장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놀런 감독은 ‘덩케르크'(2017), ‘인터스텔라'(2014),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 ‘인셉션'(2010), ‘다크 나이트'(2008), ‘배트맨 비긴즈'(2005), ‘인썸니아'(2002), ‘메멘토'(2001) 등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한 작품들을 내놨지만, 아카데미에서는 계속 외면받았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과 그의 부인이자 영화제작자인 에마 토머스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AP통신은 이날 시상식을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대관식(coronation)”이라고 표현하며 “놀런 감독이 그간의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받았다”고 전했다.

AP는 인간의 대량 살상 능력에 대한 불안감을 짙게 그려낸 이 영화가 전쟁과 대재앙으로 가득한 지금의 시대를 적절하게 예견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오펜하이머가 작품상을 포함한 7개 상을 받으면서 마침내 놀런 감독이 당대 최고의 영화감독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슈퍼히어로와 숫자만 나열한 프랜차이즈 속편, 장난감 원작 영화가 전통적인 영화 제작의 입지를 잠식한 시대에 10억달러(약 13조원)에 가까운 흥행 수입을 올린 오펜하이머는 영화계 엘리트들에게 전통적인 영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희망을 안겨줬다”고 분석했다.

AFP통신도 “올해 오스카 시상식은 세대를 뛰어넘는 재능을 지닌 놀런에게 왕관을 씌워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핵무기 개발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가 전쟁의 북소리가 멀리 있지 않은 밤에 인정받은 것은 합당해 보였다”고 평가했다.

미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도 “놀런 감독이 오스카상과 얽히고설킨 역사 끝에 7관왕의 영예를 안았다”며 “오펜하이머는 국제적인 분쟁의 시기에 더욱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오펜하이머’의 주연배우 킬리언 머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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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은 이날 오펜하이머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킬리언 머피의 수상 소감에도 주목했다.

머피는 무대에 올라 상을 받은 뒤 “우리는 원자폭탄을 만든 사람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고, 좋든 나쁘든 모두 오펜하이머의 세상에 살고 있다”며 “이 상을 모든 곳에서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최고 흥행작이었던 ‘바비’는 관객과 평단 양쪽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오스카 시상식에서는 주제가상 1개만 가져가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8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7개 부문에서 경쟁 후보에 밀렸다.

NYT는 “바비가 오스카 경쟁작으로는 무너져 내렸다”고 전했다.

바비의 그레타 거윅 감독은 감독상 후보에는 오로지 못하고 각색상 후보에 올라 수상이 기대됐지만, 이마저도 ‘아메리칸 픽션’에 밀려 불발됐다.

다만 외신들은 싱어송라이터 빌리 아일리시와 그의 친오빠이자 작곡가·프로듀서인 피니어스 오코넬이 바비 주제가 ‘왓 와즈 아이 메이드 포?'(What Was I Made For)로 두 번째 오스카상을 받은 데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 남매는 2021년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주제가를 작곡해 오스카상을 받은 바 있다.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