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키멀, 트럼프가 비난 글 올리자 생방송 중 맞대응
인터뷰서 “제작진은 하지 말라고 했다” 뒷얘기 전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올해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진행자인 지미 키멀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조롱한 장면이 화제가 되고 있다.
유명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 진행자인 키멀은 이번에 통산 네 번째로 오스카 시상식 진행을 맡았다.
그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ABC방송으로 생중계된 제96회 오스카 시상식에서 오프닝 멘트를 하면서 공화당 의원을 비판하는 내용을 곁들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
영화 ‘가여운 것들’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에마 스톤을 소개하면서 “에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반박 연설을 한 여성처럼 어린아이의 뇌를 가진 성인 여성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대응해 반박 연설을 한 공화당의 최연소 여성 상원의원 케이티 브릿이 자택 주방에 앉아 마치 연기하는 듯 부자연스러운 어조로 연설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상식이 진행되는 와중에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키멀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역대 오스카에서 지미 키멀보다 최악인 진행자가 있었나. 그의 오프닝은 결코 될 수 없는 무언가가 되려고 너무 노력하는 평균 이하인 사람의 멘트였다”며 “키멀을 치우고, 역시 가망이 없지만 저렴한 ABC의 조지 슬로퍼노펄러스로 교체하라”고 썼다.
키멀을 대체할 사람으로 지목된 인물은 ABC방송의 아침 프로그램 ‘굿모닝 아메리카’ 공동 진행자 조지 스테퍼노펄러스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의 이름 철자를 일부러 틀리게 쓴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오스카 시상식에 대해 “오늘 밤 정말 나쁜 쇼였고, 수년간 그랬다”며 “연결이 안 되고, 지루하고, 아주 불공정하다”고 비난했다.
이후 키멀은 시상식 말미에 진행 시간이 조금 남자 “(시상식에 대한) 리뷰”라고 운을 뗀 뒤 자신의 휴대전화를 보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쓴 글 일부를 낭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님,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깨어 있다니 놀랍네요. 감옥에 갈 시간이 지나지 않았나요?”라고 말했고, 객석에서는 폭소가 터져 나왔다.
키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4가지 사안으로 형사 기소된 상태임을 꼬집은 것이다.
미 언론은 시상식 다음 날인 11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실제로 해당 글을 쓴 게 맞는다고 ‘팩트체크’를 해주며 간밤 오스카의 주요 화젯거리로 다뤘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많은 시청자가 주목한 장면으로 꼽았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키멀이 오스카 시상식 중 도널드 트럼프에게 잽을 날렸다”고 전했고, 미 CBS 방송은 “키멀이 공화당 대선 주자를 향해 신랄한 일침을 가했다”고 평했다.
미 연예매체 버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키멀은 전날 시상식이 끝난 뒤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글을 읽기 전에 이를 만류한 사람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키멀은 “그들(제작진)은 ‘시간이 좀 있다’고 말했고, 나는 ‘트럼프 트윗을 읽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아니, 아니, 그것을 읽지 말라’고 했고, 나는 ‘읽을 거야’라고 했다”며 웃었다.
키멀은 오랫동안 자신의 심야 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농담을 해왔다.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