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류하’쓴 대만 문학계 원로작가 제방원, 101세로 별세

대만 문학계의 원로 작가 제방원
[대만 잡지 천하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중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자전적 소설 ‘거류하’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대만 문학계의 원로 작가 겸 번역가인 치방위안(齊邦媛·제방원)이 28일 오전 1시께(현지시간)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현지 매체들이 30일 보도했다. 향년 101세.

고인은 1924년 중국 랴오닝(遼寧)성에서 중국 국민당에서 활동한 정치인 치스잉(齊世英)의 장녀로 태어났다.

1930년대 일본의 중국 침공이 본격화되면서 전란을 피해 가족들과 함께 전국 곳곳을 떠돌다 충칭(重慶)에 정착해 학창 시절을 보낸 뒤 1947년 대만으로 이주했다.

고등학교에서 영어 교사를 하던 고인은 미국 유학을 거쳐 국립대만대 외국어학과 교수로 활동하면서 대만 문학작품을 영어로, 서양 문학을 중국어로 번역해 소개하는 데에도 큰 공헌을 했다.

고인은 81세의 나이로 2005년 대표작인 ‘거류하’ 집필을 시작했다.

4년에 걸친 집필 끝에 2009년 출간된 이 작품은 25만자 분량의 대작으로, 중국 본토에서의 어린 시절과 성인이 된 뒤 대만에서 겪은 삶의 기록을 담고 있는 자전적 소설이다.

이 책은 중국 대륙에서도 출판됐고 ‘더 그레이트 플로잉 리버'(The Great Flowing River)란 제목으로 영어, 독일어, 일본어 등 외국어로도 번역돼 전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중국이 겪은 지난 100년간의 근현대사를 모두 관통하는 이 책은 특히 일본 침략 당시 격동의 전쟁기를 겪으면서도 따뜻함과 낙관주의를 담고 있어 많은 독자에게 감동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만에서는 스저 문화부장이 “대만의 문학비평과 번역 진흥의 선구자였던 고인의 별세를 애도한다”는 공식 성명을 내는 등 각계에서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들도 고인의 별세 소식과 작품 세계를 주요 뉴스로 보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