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히트곡 하모니카로 연주한 박종성 “저만의 감성 담았죠”

앨범 ‘그대, 다시’ 12일 발매…’사랑이라는 이유로’·’아이 빌리브’ 등 수록

김형석 “하모니카는 추억 불러내는 악기…내 발라드와 정서 잘 맞아”

하모니카 연주자 박종성
[메이져세븐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단순하게 ‘김형석 작곡가의 곡을 하모니카로 불었다’에 그치고 싶지 않았어요. 박종성의 음악으로 승화시키려고 노력했죠.”(하모니카 연주자 박종성)

변진섭의 ‘그대 내게 다시’, 신승훈의 ‘아이 빌리브’, 고(故) 김광석의 ‘사랑이라는 이유로’ 등 한국 가요사를 점령했던 작곡가 김형석(58)의 히트곡들이 하모니카 연주로 재탄생했다. 12일 발매되는 하모니카 연주자 박종성(38)의 앨범 ‘그대, 다시’를 통해서다. 앨범에는 하모니카로 연주한 김형석의 작품 10곡이 담겼다.

박종성은 2일 서울 강남 한 카페에서 한 인터뷰에서 “작곡가님의 선율을 빌려 저의 이야기를 담았다”며 “제가 곡을 들었을 때 느꼈던 감정에 집중해 어떤 곡은 제 색채를 과감하게 넣고, 어떤 곡은 손대지 않고 연주했다”고 앨범을 소개했다.

이번 앨범은 어렸을 때부터 김형석의 열성 팬이었다는 박종성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김형석은 수록곡 가운데 ‘사랑이라는 이유로’ 피아노 연주에만 참여했고, 선곡부터 편곡까지 전적으로 박종성에게 맡겼다고 한다.

박종성은 “사실 제가 생각했던 작업은 (김형석에게) ‘이 곡을 해도 될까요?’, ‘어떤 감정으로 곡을 쓰셨나요’라고 물어보고, 지도를 받는 것이었는데 전권을 저에게 넘겨주셨다”며 “덕분에 ‘내 색채로 한번 해봐야지’라는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음반을 처음 들을 때는 ‘하모니카로 김형석 곡을 불었대’라는 호기심일 수 있겠죠. 하지만 조금 더 듣다 보면 ‘박종성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김형석의 이야기를 박종성이 이렇게 들려주는 건가?’라는 생각이 드는 감정의 교류를 하고 싶었어요.”

작곡가 김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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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함께한 김형석은 앨범을 객관적으로 보고 싶었다고 했다. 완성된 앨범에 대해서는 “너무 흡족하다”며 웃었다.

김형석은 “저는 원곡에 대한 이미지나 추억이 있어서, 이걸 제가 또 관여하면 (리메이크한 곡의) 확장성이 좁아질 것 같았다”고 앨범 작업에서 한발짝 물러나 있었던 이유를 밝혔다.

이어 “원곡에는 상황을 정확히 묘사한 가사가 있다 보니 곡을 듣고 연상되는 추억에 한계가 있다”며 “가사가 없는 연주곡은 행복할 때 들으면 행복하고, 슬플 때 들으면 슬픈 그런 확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대한 클래식 작곡가들의 곡은 음 하나만 빼도 이상해지지만, 대중음악은 그런 부분에 있어 자유롭다”며 “내가 곡을 썼어도 그 곡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라고 강조했다.

김형석은 자신의 발라드곡들과 하모니카의 소박하고 진솔한 정서가 잘 맞아떨어진다는 점을 이번 앨범의 매력으로 꼽았다.

그는 “제 곡은 슬프다고 해서 ‘나 슬퍼’라고 하기보다는 시간이 지난 뒤 그 감정을 떠올리는 느낌”이라며 “하모니카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최적의 악기로 아무리 신나게 불어도 ‘애수’가 깔려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사랑이라는 이유로’는 제 처녀작으로 어렸을 때의 풋풋한 느낌이 담겨있다”며 “저도 살아오면서 때가 묻었는데, 하모니카로 그때의 추억을 상기시키니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하모니카 연주자 박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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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성은 앨범 작업을 하면서 연주 스타일도 대중음악과 클래식 사이에서 고민했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대중음악답게 연주해야 할지, 클래식의 어법을 그대로 사용해도 될지 고민했다”며 “결과적으로 억지로 대중음악을 흉내 내기보다는 제가 연주하던 어법 그대로 연주하려고 애썼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사실 하모니카는 클래식과 대중음악 두 분야에서 모두 사용되지만, 각 분야에서 주류 악기로 취급되지는 않는다.

박종성 역시 하모니카를 연주하던 초창기에는 “어떻게 먹고살려고 하느냐”는 이야기를 듣고 속상해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하모니카가 그만큼 친숙한 악기라는 생각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현장 분위기도 호의적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실제 그는 소프라노 조수미, 클래식 기타 연주자 박규희와 협연하는 등 클래식 무대에 주로 서지만, 그룹 버스커버스커의 ‘꽃송이가’에 하모니카 솔로 연주로 참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박종성은 “어느 포지션에도 속해있지 못하다는 느낌 때문에 포지션을 한쪽으로 정해야 한다고 고민했던 적도 있다”며 “지금은 어떤 장르에 속해, 어떤 음악을 해야 한다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모니카로 표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도달했다”고 확신에 찬 듯 말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탱고라면 탱고를, 표현하고 싶은 게 국악이랑 잘 어울리면 국악을, 대중음악이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다면 대중음악을 연주하고 싶어요. 어느 포지션에도 속해있지 않다는 게 제 장점이지 않을까요.”

하모니카 연주자 박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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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