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국보·보물 등 소속 지역박물관 10곳에 이관
지역 문화·특성 맞춰 전시…”모두를 위한 박물관 밑거름되길”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평생에 걸쳐 수집한 서화, 조각, 도자 등을 전국 국립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게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문화유산 총 936건 2천254점을 소속 국립박물관 10곳으로 옮겨 상설 전시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소속 관으로 옮기는 기증품 가운데 국보,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는 총 13건 107점이다.
청동기 시대에 의례나 의식을 행할 때 흔들어 소리를 내던 청동 방울로, 충남 논산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국보 ‘전(傳) 논산 청동방울 일괄’은 부여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팔각형 별 모양에 방울이 달린 팔주령, 포탄 모양의 간두령 등으로 이뤄진 이 유물은 당시 정교한 주조 기술을 추정할 수 있어 학술적으로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구박물관에는 국보 ‘대구 비산동 청동기 일괄’과 보물 ‘전 고령 일괄 유물’이 전시돼 경북 지역 고대 문화의 성격을 규명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예정이다.
박물관은 각 지역 박물관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유물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통일신라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불상이자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으로부터 입수했다고 전하는 보물 ‘금동여래입상’은 경주박물관에 전시해 신라의 불교문화를 소개하는 데 활용한다.
당시 선비들의 기개를 표현한 듯 하얀 바탕 위에 대나무 그림을 그린 국보 ‘백자 청화죽문 각병’은 광주박물관에서 아시아 도자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유물로서 다룰 예정이다.
다양한 회화 작품으로 명성을 날린 화가 채용신(1850∼1941)이 1920년대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간재(艮齋) 전우(1841∼1922)의 초상 등은 전주박물관으로 터를 옮길 계획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이 언제든지 편하게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역사·학술 가치가 높은 기증품을 상설 전시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이건희 회장이 평생에 걸쳐 모은 돌도 곳곳으로 흩어져 지역 주민과 만날 전망이다.
기증받은 석조물 가운데 일부는 현재 청주박물관(102건 203점), 제주박물관(28건 55점), 공주박물관(20건 26점), 대구박물관(2건 5점), 전주박물관(18건 35점)에 각각 전시돼 있다.
올해는 청주박물관에 122건 210점, 대구박물관에 141건 255점을 추가로 전시하고 광주박물관에는 26건 47점을 새롭게 둬 석조 문화유산의 멋을 선보일 예정이다.
유물은 올해 안에 순차적으로 옮겨 상설 전시·특별 전시 등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박물관은 “기증자의 높은 뜻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지역 간 문화 향유 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며 모두를 위한 박물관으로 나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은 2021년 4월 평생에 걸쳐 수집한 서화, 도자, 공예, 서화 등 문화유산 총 2만1천693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박물관은 유물을 조사해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 목록집’을 순차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올해는 서화편 2권, 내년에는 백자편 2권을 완성해 온라인에서 공개할 계획이다.
오는 6월과 9월에는 제주박물관과 춘천박물관에서 기증품을 활용한 특별전이 각각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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