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행동주의펀드와 대결 완승…아이거, 94% 지지로 재선임(종합2보)

주총, 이사 12명 전원 재선임…트라이언 펠츠 31% 그쳐 이사회 합류 불발

최대주주 뱅가드·블랙록 전날 경영진 지지…스티브 잡스 아내에도 요청

월트디즈니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콘텐츠 제국’ 월트디즈니(이하 디즈니)가 월가의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와 이사회의 이사 자리를 높고 벌인 표대결에서 완승했다.

디즈니는 3일(현지시간)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이 제안한 이사회 멤버 12명 각각에 대한 재선임안이 주주들의 과반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디즈니 주주로 월가의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가 이끄는 트라이언파트너스는 이사회 개편을 요구하며 펠츠와 제이 라술로 전 디즈니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이사 지명을 요구해 왔다.

이날 주주들이 위임한 투표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이거 CEO의 경우 94%에 달하는 주주들의 지지를 받으며 이사회 멤버로 재선임됐다.

반면 펠츠의 경우 31% 지지에 그쳐 이사진에 합류하지 못했다. 69%가 그의 이사회 합류에 반대표를 던진 셈이다. 라술로 전 CFO는 펠츠보다 지지율이 더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거 CEO는 “이사회와 경영진에 대한 신뢰를 보내준 주주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며 “어수선했던 위임장 대결이 일단락된만큼 우선 순위인 주주를 위한 성장과 가치 창출, 소비자를 위한 창의적 우수성에 100%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다.

디즈니 지분 1.8%를 보유한 트라이언파트너스는 지난해 11월 말 디즈니의 부실 경영과 경영 승계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이사진 개편을 요구하며 대결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밥 아이거 디즈니 CEO
[샌프란시스코 AP=연합뉴스]

이에 미 자산운용사 노이버거버먼과 미 최대 공적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 디즈니의 최대 개인투자자 중 한 명인 아이크 펄터머 전 마블 회장의 지지를 업고서 현 이사회와 경영진을 공격해 왔다.

디즈니는 이에 맞서 기관 투자자는 물론, 창립자 가족인 스타워즈 제작자 조지 루카스, JP모건 CEO 제이미 다이먼, 애플 전 CEO 스티브 잡스의 미망인 로렌 파월 잡스 등에게 지지를 요청했다.

디즈니 지분은 뱅가드 그룹(7.8%)이 최대주주로 알려져 있고, 블랙록(4.2%)과 스테이트 스트리트(4.1%) 등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주총 전날 뱅가드 그룹과 블랙록의 경영진에 대한 지지가 트라이언파트너스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됐다.

디즈니는 수개월간 트라이언파트너스와 대결에 4천만 달러의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추정됐다.

트라이언파트너스는 “이번 결과에 실망했지만 우리는 디즈니 이해관계자들과 나눈 모든 지원과 대화에 감사한다”면서 “우리는 디즈니가 가치를 창출하고 좋은 지배구조를 구축하도록 집중하는 데 미친 영향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펀드는 이번 주총 표대결에서 패했지만 표대결을 선언한 지난해 11월 이후 디즈니 주식이 약 50% 상승하며,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날 주총 결과가 전해진 뒤 디즈니 주가는 뉴욕 증시에서 2%가량 하락했다.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