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남긴 흔적, 그 뼈에 새겨지는 것들

신간 ‘월간 십육일’

[사계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시인 윤동주는 ‘팔복 – 마태복음 5장 3~12’에서 이 구절을 여덟 번 반복해 썼다. 원래 마태복음 원문에는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등 여덟 가지 복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구절이 등장하지만, 윤동주는 다른 구절을 다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로 대체해 썼다. 시인 김복희는 슬퍼하는 자가 어째서 복이 있지라는 의문을 가지고 시에 접근했다.

김 시인은 그 까닭이, “사람이 혼자 슬퍼하지 않도록 하라는 뜻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슬퍼하는 이가 있다면, 함께 슬퍼하라는 뜻 같다”라고도 했다. 세월호 참사를 오랫동안 곱씹으며 생각하다 보니 그런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세월호 10주기를 앞두고 출간된 ‘월간 십육일’은 2020년 6월 16일부터 매월 16일마다 4·16 재단이 전해온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모음집이다. 김복희 시인을 포함해 나희덕, 김애란, 정보라, 천선란, 오은 등 주로 문인들이 쓴 에세이 50편을 모았다.

소설가 정보라는 2학년 6반 남현철, 2학년 6반 박영인과 같은 이름들을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다짐하고, 작가 은유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책과 영화를 보면서 일상의 애도를 이어가며, 시인 강혜빈은 가까웠던 누군가의 죽음을 떠올리며 “아무도 모르게, 당신을 위해 매일 기억하고 있다”고 조용히 고백한다.

소설가 김지현은 청소년 소설을 쓰게 된 계기를 세월호에서 찾는다. “좋은 어른이 되는 것보다, 그전에 무사히 어른이 되는 것부터 쉽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에, 그 지난하면서도 찬란한 시기에 대해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이들 작가는 우리 모두가 경험한 슬픔과 고민, 죄책감과 책임감, 그리고 여전히 품고 있는 희망 같은 것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는 이 시대를 설명하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될 것이라고 조용히 읊조린다.

“노력하면 지울 수 있어. 그렇지만 새길 때보다 10배는 아플 거고 오래 걸릴 거야. 완전히 지워지지도 않아.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그건 뼈에 새겨져 있거든. 그것이 이 시대를 설명할 거야. 우리가 죽은 뒤에도 우리에게 남아 있을 테니까.” (천선란. ‘뼈에 새겨지는’ 中)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