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유발하고 볼거리 더하는 장점…맥락 무시하면 역효과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박태환, 소녀시대 권유리, 카라 한승연, 김태희, 송중기까지.
인기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잇달아 드라마에 본인 또는 과거 연기했던 유명 캐릭터로 특별출연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시청자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자칫 작품에 대한 몰입감을 떨어트리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14일 방송가에 따르면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는 지난 8일 첫 방송에 박태환과 소녀시대 권유리가 각자 본인 역할로 특별출연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권유리는 흰 제복 차림으로 방송국에서 매니저와 대화하다가 신인 밴드 멤버의 부탁을 받고 사인해주는 모습으로 등장하고, 박태환은 수영 유망주인 주인공 류선재(변우석 분)와 모의 시합에서 맞붙는 모습으로 나온다.
두 사람의 출연은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외에도 시간여행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의 시간 배경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설정상 권유리가 등장하는 장면은 2009년 7월로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가 한창 인기를 끌던 때였고, 박태환이 등장하는 장면은 2008년 6월로 베이징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수영 종목 금메달을 향한 기대감이 높아졌던 시기다.
‘선재 업고 튀어’는 또 카라 멤버 한승연도 2009년 라디오 DJ로 등장시켜 2000년대라는 시대 배경을 강조했다.
올해 1월 종영한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 역시 마지막 방송에 김태희가 본인의 이름으로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김태희는 여주인공인 사진작가 조삼달(신혜선)과 친분이 있는 유명 연예인이라는 설정이다. 드라마 초반부에 조삼달이 김태희와 친분이 있다고 언급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촬영을 앞두고 모델이 나타나지 않아 삼달이 난처한 상황에 놓이자 김태희가 선뜻 달려와 모델이 돼 준다.
이 장면은 극중 사진작가인 조삼달이 유명 연예인인 김태희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을 만큼의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설정을 더 단단하게 한다.
이같이 유명인을 그 인물 자체로 등장시키는 특별출연이 있는가 하면 유머를 더하기 위해 다른 작품의 캐릭터를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송중기는 tvN 주말드라마 ‘눈물의 여왕’에 변호사 빈센조 까사노 역할로 출연했다. 빈센조 까사노는 송중기가 주연을 맡아 최고 14%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드라마 ‘빈센조'(2021)의 주인공으로, 똑같은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왔다.
송중기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주인공 백현우(김수현)의 변호사는 “저 사람 아주 무시무시하다. 재벌집 막내아들이다, 해외 파병군인 출신이라더라, 어디서 우주선 타다 왔다더라, 늑대소년이라더라 여러 말이 있다”며 송중기의 출연 작품들을 암시하는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유명 배우들이 특별출연에 나서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드라마 제작진과 과거 다른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던 인연이 있는 경우가 흔하다.
김태희는 ‘웰컴투 삼달리’ 권혜주 작가가 집필한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에 주연으로 출연했던 인연이 있다. 송중기가 주연을 맡은 ‘빈센조’와 특별출연한 ‘눈물의 여왕’은 모두 김희원 감독의 연출작이다.
특별출연을 통해 제작진은 재미와 화제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시청자는 딴 작품에선 주연급인 유명 배우들의 깜짝 연기를 보는 재미를 누린다.
다만 이런 특별출연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의 맥락이나 개연성, 완결성을 저해하면서 아쉬움을 남기는 사례도 많다.
‘눈물의 여왕’은 송중기가 출연한 8회 16%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자체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그의 등장에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한 데 비해 같은 회차 후반부 퀸즈그룹 일가가 경영권을 잃는 과정은 비교적 짧게 다뤄졌다.
이달 2일 종영한 tvN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웨딩 임파서블’은 주연배우 전종서와 실제 연인 사이인 이충현 감독이 특별출연했는데, 일부 시청자는 이를 두고 몰입감을 떨어트린다고 지적했다.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다룬 드라마에 여배우와 실제 연인인 사람이 출연하면서 재미가 반감됐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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