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결혼행진곡’ 연출가 전세권 별세…향년 85세

극단 신협 10·13·15대 회장 지내며 ‘이민선’·’죄와벌’ 등 연출

전세권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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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KBS 드라마 ‘결혼행진곡’을 연출한 전세권 극단 신협 전 대표가 별세했다. 향년 85세.

14일 유족에 따르면 전세권 연출가는 최근 3개월간 투병 생활을 이어오다 이날 오전 세상을 떠났다.

함경남도 북청 출생인 고인은 중앙고등학교와 서라벌예대를 거쳐 1957년 극단 신협의 제1기 연구생으로 들어가 이곳에서 연출가로 성장했다.

신협은 1947년 ‘한국 연극의 대가’ 이해랑 선생이 주도해 만든 극단으로 1950년 국립극장 전속 극단이었다가 1962년 분리돼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고인은 1966년 연극 ‘이민선’의 연출로 제3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 신인연출상을 받으며 두각을 드러냈다. 극단 신협의 10·13·15대 회장을 지냈고 연극 ‘목단등기’, ‘죄와벌’, ‘쥐덫’ 등을 연출했다.

고인은 이후 드라마 PD로 활동하며 대중에인상을 남겼다. 1966년 KBS에 PD로 입사한 뒤 TBC를 거쳐 다시 KBS에서 PD로 활약하며 ‘결혼행진곡’, ‘형사’, ‘산유화’ 등을 연출했다.

특히 장미희와 한진희가 주연한 ‘결혼행진곡'(1976~1977)은 최고 시청률 77%를 기록한 최고 히트작이었다. 작품은 “바쁘다 바뻐”라는 유행어와 함께 “푼돈 모아 목돈 마련, 들고보자 재형저축”이라는 대사로 저축 유행을 일으켜 대통령 훈장을 받았다.

수사물 ‘형사’를 연출할 당시 ‘얼굴 없는 미녀’라는 에피소드는 2004년 김혜수 주연의 동명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극작가, PD뿐 아니라 영화배우로도 활동했으나 늘 연극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잃지 않았던 고인은 2005년 극단 신협으로 돌아와 ‘블랙 햄릿’을 연출했다.

2007년에는 극단 신협의 60주년을 기념하는 ‘스승과 그 제자의 꿈’을 연출했으나 마지막으로 연출한 작품이 됐다.

고인은 임종하기 몇 주 전까지도 새로운 작품 연습에 매진했지만, 끝내 무대로 돌아오지 못했다.

1989년 가톨릭문화대상을 받았고 2020년에는 이해랑연극상 특별상을 받았다.

유족으로 부인 박옥련씨와 영화감독인 아들 인환씨, 딸 인경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6호실이다. 발인은 16일 오전 7시, 장례미사는 16일 8시 명동성당. 장지는 용인천주교공원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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