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김사인 함께 읽기

박연준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 표지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 = 박연준 지음.

부딪히면 이마가 깨질 것을 알면서도 불사조는 날아가 사랑의 생사를 확인한다.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 며칠째 미동도 않잖아.”‘(‘불사조’ 중)

이 말에 돌멩이는 날아갔다가 돌아와서는 ‘아직’이라고 답한다.

단숨에 이 시를 썼다는 박연준 시인은 “우리가 사랑하며 뒤척일 때 가질 수 있는 여러 감정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사랑이 절멸했을까 걱정하는 마음, 정말 죽었는지 확인하기 두려운 마음, 사랑의 죽음을 기다리는 듯한 마음….

올해로 등단 20주년을 맞은 시인은 ‘불사조’의 이 시구를 5년 만에 다섯 번째 펴내는 시집 제목으로 택했다.

이처럼 뭔가를 능동적으로 깨트리는 태도가 박연준 시세계의 구심점이었다면, ‘작은 것’에 대한 몰두는 시인이 천착한 일이었다.

58편이 담긴 시집에는 ‘작은 인간’, ‘작은 돼지’ 등 많은 ‘작은 것’들이 떠오른다. 세상은 작은 것들이 촘촘히 모여 이뤄졌고, 미시적인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은 시의 본질 아니던가.

‘작게 말하면 작은 인간이 된다/ (중략) / 사소한 걸 이야기하면 사소해진다'(‘작은 인간’ 중)

‘작은 죽음을 사고파는 것/ 작은 죽음을 사랑한다는 것/ 작은 죽음이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것'(‘작은 돼지가 달구지를 타고 갈 때’ 중)

시인은 “문학은 작은 존재를 공들여 들여다보는 일에서 시작해, 먼 곳으로 나아가는 일이라고 믿는다”고 말한다.

문학동네. 164쪽.

‘김사인 함께 읽기’ 표지

▲ 김사인 함께 읽기 = 이종민 엮음.

김사인 시인의 동료 문인과 학자 53명이 그의 작품에 대한 해석과 함께 인연을 소개했다.

천양희 시인은 “사람의 심장은 하루에 십만 번 뛴다는데 김사인의 시는 그 두배를 뛰게 한다”고 감탄했다.

박연준 시인은 김사인의 시에는 “금 간 백자, 집에서 가장 후미진 곳, 그곳을 기어가는 늙은 거미, 몽당비, 시의 오래된 얼굴, 옛사람의 손금, 냇물의 리듬, 그리고 사랑(이 들어있다)”이라고 했다.

책은 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이던 시인의 정년퇴임을 기념해 오랜 벗인 영문학자 이종민 전북대 명예교수의 제안으로 3년에 걸쳐 완성됐다.

1981년 등단한 시인은 시집 ‘밤에 쓰는 편지’, ‘가만히 좋아하는’, ‘어린 당나귀 곁에서’와 산문집 ‘따뜻한 밥 한그릇’을 펴냈다.

책에는 시집 세권에 수록된 시에 관한 글, 이 시집들에 없는 작품에 관한 글, 최근 발표한 김지하 시인 추모시에 대한 조용호 작가의 원고가 포함됐다.

이승원 평론가가 김사인 시 세계에 대한 총론적 평론을 더하고, 시인의 연보를 대신해 시집들에 실린 ‘시인의 말’과 문학상 수상 소감 등을 연대순으로 수록했다.

모악. 388쪽.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