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넘어 만난 두 조각가…아라리오 서울 문신·권오상 2인전

권오상의 ‘권오상 조각 스튜디오를 비추는 문신'(왼쪽, 2024)과 문신의 ‘무제3′(1995)[ⓒ 권오상/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아라리오 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2차원의 사진을 3차원의 조각과 결합하는 ‘사진 조각’으로 알려진 권오상(50) 작가는 지난해 집 인근의 경매사 뷰잉룸에서 1세대 조각가 문신(1922∼1995)의 작품을 본 것을 계기로 문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권오상은 각종 책과 자료들을 찾아보며 문신이라는 조각가를 다시 발견하고 그에게 빠져들게 됐다.

서울 종로구 원서동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권오상과 문신 2인전 ‘깎아 들어가고, 붙여나가는’은 이렇게 시작된 전시다. 아라리오 개인전을 준비하던 권 작가가 갤러리에 문신과 2인전을 제안해 성사됐다.

전시는 3개 층에서 두 작가의 작품을 자연스럽게 섞어 보여준다. 지하층에서는 문신의 흑단, 브론즈,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 사이에 권오상이 문신 작업을 사진 조각으로 재해석하고 오마주한 작품이 놓였다.

권오상은 문신의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 조각에 주변의 모습이 비치는 점에 착안한 작품도 선보인다. ‘권오상 조각 스튜디오를 비추는 문신’은 제목 그대로 문신의 조각 작품을 확대해 만든 뒤 이 조각에 비치는 자신의 작업실 모습 사진을 붙인 사진 조각이다.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문신·권오상 2인전 전시 전경[아라리오갤러리 제공. ⓒ 권오상/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재판매 및 DB 금지]

3층 전시장에서는 문신이 1960년대 고안했던 ‘인간이 살 수 있는 조각’이 주제다. 이 주제에 대한 문신의 1970년대 드로잉, 1980∼1990년대 조각과 함께 권오상이 만든 ‘조각적인 가구’ 시리즈로 소파와 조명을 선보인다.

기존의 사진 조각 작업을 확장한 작업도 볼 수 있다. 2005년에 만든 사진 조각을 3D 스캔해 브론즈로 만든 뒤 마치 사진을 붙인 것처럼 에어브러시로 정교하게 채색한 것을 와상과 두상 형태로 만든 작업, 기존의 입체적인 사진 조각을 한 면이 강조된 부조로 표현한 작품 등이다.

아라리오 갤러리 측은 “단순히 두 조각가의 작업을 나열하는데 멈추지 않고 이들 작업 간 교류를 보여주고자 했다”면서 “이들을 연결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형태 구축을 통한 다양한 재료로의 실험이라는 공통 분모가 특별히 두드러지는 두 명의 조각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6월22일까지.

권오상, ‘문신의 우주를 향하여’, 2024,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혼합매체[아라리오 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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