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 내리려는 하이브·버티는 민희진…어도어 사태 시나리오는

하이브 ’10일 이사회·월말 주총’ 시나리오에 민희진 ‘급제동’ 시도

법원 판단 따라 사태 장기화 가능성…경찰 수사·자체 감사 결과 등 ‘변수’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하이브가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해임하려 관련 절차에 나섰지만, 민 대표가 이에 대항해 ‘버티기’에 나선 모양새다.

하이브의 당초 계획대로 어도어 이사회와 임시주주총회가 착착 진행된다면 이달 말에는 어도어 경영진이 교체될 수 있지만, 민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해임 절차에 급제동이 걸릴 수 있어 사태는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하이브-어도어 갈등 지속… (CG)
[연합뉴스TV 제공]

◇ 하이브 ‘장군’에 민희진 ‘멍군’…복잡해진 시나리오

7일 가요계에 따르면 어도어는 오는 10일 오전 9시 서울 시내 모처에서 이사회를 연다. 상정 의안은 임시주총 소집이다.

하이브는 이사회 결과에 따라 소집이 결정되면, 오는 27∼30일 임시주총을 열고 민 대표와 측근 신모 부대표·김모 이사를 모두 교체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날 오후 갑자기 민 대표가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신청’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하이브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이 가처분 신청은 임시주총에서 하이브가 자신을 겨냥한 해임안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이브는 어도어 지분의 80%를 보유하고 있어, 이 가처분 신청은 결국 민 대표 자신을 해임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의미다.

민 대표 측은 오는 24일 뉴진스가 새 더블 싱글로 컴백하고, 다음 달 일본 데뷔 싱글 발매와 도쿄 돔 팬 미팅 등 굵직한 일정이 예고된 만큼, 뉴진스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입장이다.

이날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신청의 배경도 “어도어 소속 아티스트(뉴진스)와 어도어의 기업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 대표 측은 또한 주주 간 계약에서 (근속 기간) 5년 동안 대표이사의 책무를 다하게 한 만큼,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이 계약을 어기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에 어도어 사태는 ’10일 이사회 → 27∼30일 임시주총 → 경영진 교체’라는 일정에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추가되면서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불가피해졌다.

우선 법원이 민 대표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 결정을 내린다면 하이브의 바람대로 압도적인 지분율을 무기로 임시주총에서 민 대표 해임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이 경우 이달 안에 새 대표이사 등 어도어 새 경영진을 선임해 뒤숭숭한 사내 분위기를 쇄신하고 신속히 사태를 매듭지을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이 민 대표 측의 손을 들어줘 인용한다면, 하이브의 임시주총 소집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또 5∼6월 뉴진스 신보 활동 역시 민 대표가 컨트롤하게 돼 양측의 ‘불편한 동거’가 당분간 이어지게 된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걸그룹 뉴진스 (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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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시주총 개최까지 ‘우여곡절’…치열한 수 싸움의 연속

앞서 하이브는 어도어 감사에 돌입한 지난달 22일 감사를 통해 이사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어도어 측이 불참하면서 이사회는 열리지 않았다.

하이브는 지난달 25일 서울서부지법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 신청을 냈고, 이를 통해 6월 초 임시주총이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민 대표 측은 지난달 29일 심문기일 연기 신청을 냈다가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달 30일 임시주총 소집 허가 신청 심문기일에서 “우리가 이사회를 열겠다”고 허를 찔렀다.

특히 민 대표 측이 제시한 시점은 ‘월말까지 임시주총’으로 하이브가 예상한 시점보다 1∼2주 빨랐다.

가요계에서는 이에 대해 뉴진스 컴백 활동과 해임안이 상정된 임시주총의 시기가 맞물리게 해 동정 여론을 조성하고 하이브를 압박하는 전략이라는 시각도 나왔다.

민 대표 등이 오는 10일 이사회에서 임시주총 소집을 결정한다면 그 소집을 통보하는 데 15일이 걸리는 점을 고려할 때, 가장 빠른 어도어 임시주총 개최일은 오는 27일이 된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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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속도 내 수사”한다는데…자체 감사 결과 변수 될까

하이브가 업무상 배임 혐의로 민 대표와 신모 부대표를 경찰에 고발한 만큼, 그 수사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적 관심이 있으니 다른 사건들보다 좀 더 세밀하게 속도를 내 수사해 관심 사항에 관해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관련자 소환 조사 등이 이뤄지지 않았고, 기록을 검토하는 단계다.

하이브는 지금까지 나온 증거와 정황을 근거로 배임을 주장하지만, 민 대표는 “배임 혐의는 터무니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하이브가 지난달 22일 시작한 자체 감사에서 앞서 한 차례 언론에 공개한 중간 감사 수준 이상의 ‘경영권 탈취 의혹’ 입증 증거를 찾아냈다면 이를 경찰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민 대표 해임을 위한 임시주총과 업무상 배임 혐의 경찰 수사와 별개로 하이브와 민 대표 양측 사이의 지루한 법정 공방도 피할 수 없을 공산이 크다.

하이브와 민 대표가 맺은 주주 간 계약에는 ‘계약 위반 시 하이브 측이 주식 전부를 매수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이른바 콜옵션 조항이 있다.

하이브가 이 콜옵션을 행사할 때 가격은 주당 액면가와 공정가치의 70% 가운데 더 적은 금액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도어의 주당 액면가는 5천원으로 전해졌는데, 어도어 감사 보고서상 민 대표의 보유 주식 수 57만3천160주를 곱하면 28억6천58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 경우 민 대표가 손에 넣을 수 있는 금액이 현행 기준 풋옵션 행사 시 1천억원에서 28억원으로 크게 줄어들게 돼 쉽게 수긍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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