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수놓은 ‘자비의 연등’…노라조 열띤 무대에 종각 ‘들썩'(종합)

부처님오신날 앞두고 빗속에 5만명 행진…개성 있는 공연 눈길

[영상] 불교, 또 화끈하게 놀았다…연등행렬 끝나고[http://yna.kr/AKR20240511040751005]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안으로는 내면의 등불을 밝히고, 밖으로는 세상의 어둠을 걷어내는 자비의 등불을 밝힙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아들아~연등회 부탁하노라. 아버지~ 걱정은 하지 마세요.” (2인조 록그룹 노라조 ‘수퍼맨’ 개사곡)

불기 2568년(2024년) 부처님오신날(5월 15일)을 나흘 앞둔 11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연등 행렬과 젊은 감각을 앞세운 무대가 어우러졌다.

부처님 맞이하는 연등 행렬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11일 오후 서울 종로 일대에서 연등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024.5.11 hwayoung7@yna.co.kr

대한불교조계종 등 불교계 종단들로 구성된 연등회보존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흥인지문(동대문)을 출발해 종각 사거리를 거쳐 조계사까지 가는 연등 행렬을 실시했다.

관세음보살, 동자승, 사자, 호랑이, 코끼리, 불바퀴, 룸비니대탑, 연꽃, 입에서 불꽃을 뿜어내는 용, 봉황 등 형형색색 대형 장엄등이 시선을 집중시켰고 행진 참가자들이 양손에 직접 든 행렬등이 종로의 밤거리를 화려하게 수놓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지만, 연등을 들고 행진하는 이들과 도로변에서 이를 지켜보는 시민 양쪽 모두 밝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불자들은 소속 사찰의 연등이 지나갈 때 절 이름을 외치거나 박수와 환호성으로 응원했다. 외국인들은 진귀한 볼거리를 스마트폰에 열심히 담았다.

호랑이 모양 연등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등 불교계 종단들로 구성된 연등회보존위원회가 불기 2568(2024)년 부처님오신날(5월 15일)을 나흘 앞둔 11일 오후 서울 종로에서 연등 행렬을 개최하는 가운데 호랑이 모양의 장엄등이 이동하고 있다. 2024.5.11

포항에 사는 프랑스 뤼시앵 비나드(30) 씨는 친구도 만나고 연등 행렬도 보기 위해 서울에 왔다면서 “비가 오는 것은 좀 안타깝지만, 이런 멋진 행사를 보며 한국 문화에 더 가까워지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왔다고 밝힌 사오리 아나이(41) 씨는 “등이 정말 멋지고 이렇게 많은 이들이 참가하는 것은 매우 감동적”이라며 “불교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질 것 같고 (연등 행렬을 보고 있으니) 불교를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고 반응했다.

연등회보존위원회는 전국 사찰·선원·불교단체에서 온 신도와 베트남·방글라데시·네팔·스리랑카·태국·미얀마 등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불교 신자, 일반인 등 약 5만명이 행렬에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종로 밝히는 장엄등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등 불교계 종단들로 구성된 연등회보존위원회가 불기 2568(2024)년 부처님오신날(5월 15일)을 나흘 앞둔 11일 오후 서울 종로에서 연등 행렬을 개최하는 가운데 장엄등이 이동하고 있다.

불교계 주요 인사 외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 등 정관계 인사들도 연등을 들고 대열에 합류했다.

연등 행렬을 핵심으로 하는 불교 의식인 연등회(燃燈會)는 2012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고 2020년에는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바 있다.

연등 행렬에 앞서 동국대 대운동장에서 아기 부처를 목욕시키는 관불(灌佛) 의식을 하고 연등법회를 올렸다.

연등회보존위원장인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봉행사에서 “우리가 밝히는 등은 나와 가족을 위한 등이며 세상을 밝히는 등”이라며 “부처님의 가피 속에서 늘 정진하여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이루길 간절히 축원한다”고 밝혔다.

연등행렬 참가한 진우스님과 유인촌 장관
(서울=연합뉴스) 대한불교조계종 등 불교계 종단들로 구성된 연등회보존위원회가 불기 2568(2024)년 부처님오신날(5월 15일)을 나흘 앞둔 11일 오후 서울 종로에서 연등 행렬을 개최하는 가운데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왼쪽)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행렬등을 소지하고 이동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한불교천태종 총무원장 덕수스님은 “국가와 민족의 이기심으로 인한 살상과 전쟁이 이어지고 한반도의 긴장 역시 높아지고만 있다”며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로 세상의 평화를 밝혀나가자”고 평화 기원 메시지를 발표했다.

불교계가 최근 청년 포교에 공을 들이는 가운데 행렬에 이어 힙한 놀이 마당이 열렸다.

보신각 앞 특설 무대에서는 미디어 퍼포먼스 그룹 생동감크루, 국악밴드 경성구락부, 2인조 록그룹 노라조 등이 개성 있는 공연을 선보였다.

경성구락부는 전자 기타음이 섞인 ‘까투리타령’을 선보이자 흥을 이기지 못한 청중들이 반주에 맞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어 노라조가 무대에 오르자 종각 사거리가 함성으로 물들었다. ‘해피송’을 시작하자 관객들의 움직임에 보신각 앞 사거리가 들썩이는 것처럼 보였다. 멋쩍은 듯 점잖게 서 있던 스님들도 마침내 손뼉을 치며 음악을 즐겼다.

연등 행렬 무대에 오른 노라조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등 불교계 종단들로 구성된 연등회보존위원회가 불기 2568(2024)년 부처님오신날(5월 15일)을 나흘 앞둔 11일 오후 서울 종로에서 연등 행렬에 이어 개최한 대동한마당에서 2인조 그룹 노라조가 공연을 하고 있다.

노라조 멤버 조빈은 비에 젖은 무대에서 미끄러져 머리에 쓴 연등이 벗겨지기도 했지만 “아픔은 쪽팔림을 넘어설 수가 없다”며 재치 있게 넘겼다. 연등회를 소재로 개사한 ‘수퍼맨’에 빗속 축제는 절정을 맞이했다.

분위기는 12일에 더 달아오른다. ‘뉴진스님’으로 뜨고 있는 개그맨 윤성호가 조계사앞사거리 무대에서 오후 8시 45분부터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난장의 디제이로 나선다. ‘부처핸섬’을 비롯해 불교적인 랩과 흥겨운 음악을 결합한 역동적인 무대를 선보일 전망이다.

행사장 일대에서는 12일 오전 11시∼오후 6시 등(燈) 만들기 체험을 하거나 불교박람회 인기 아이템을 다시 볼 수 있는 전통문화마당이 열린다. 오후 7시에는 소규모 연등 행렬도 예정돼 있다.

연등 행렬로 11일 오후 종로 동대문∼종각사거리 구간이 교통 통제되는 등 일대의 차량 통행은 전면 차단됐고 시내버스는 우회 운행했다. 12일에도 오전 9시∼밤 12시 안국사거리∼종각사거리 교통이 통제된다.

우중 연등 행렬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11일 오후 서울 흥인지문 인근에서 연등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024.5.11 hwayoung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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