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학당 ‘한국어 강습’에 현지인 몰려…한인회 “양국 교류 확대 기대”
[※ 편집자 주 = 우리 정부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6월 4∼5일 서울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합니다.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아프리카는 인프라 확충 등이 필요해 다양한 경제교류 협력이 기대되는 곳입니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는 정상회의를 앞두고 에티오피아, 보츠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3개국에서 발로 뛰고 있는 한상(韓商) 등을 만나 현지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내 보고자 합니다.]
(가보로네[보츠와나]=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언젠가 한국에 가게 될 때 한국 문화를 제대로 느끼고 싶어서 3년 전부터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어요. 한글에 다양한 표현이 있어 배우기 어렵지만 꾸준히 공부할 거예요.”
보츠와나의 가보로네 세종학당에서 한국어 중급반 수업을 듣는 모디리 카타이(25)는 11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만나 “K팝을 좋아하고, 한국 드라마도 자주 본다.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한국어 공부로 이어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보츠와나대 생물학과에 재학 중인 카타이를 비롯해 코케초 시엘레(24·보츠와나대 법학과), 타피와 마가가네(27·보츠와나대 생물학과 졸업) 등 중급반 수강생 3명은 이날 진현유 강사로부터 한국의 결혼 문화에 대해 배웠다.
카타이는 “한국의 결혼식에서 주례가 신랑과 신부에게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할 것을 서약하는지 묻는다는 게 생소하면서 재미있었다”며 “한국과 보츠와나의 정서가 비슷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시엘레가 “아이고 맞아”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는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배우 김지원과 김수현의 결혼식 장면이 인상 깊었다”며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소개했다.
마가가네는 “2019년에는 두 달간 교환학생으로, 2023년에는 세종학당 한국어 쓰기 대회 결선 참가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며 “보츠와나인들이 한국에 갈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툴라가뇨 모고베 세종학당장은 “보츠와나에서 K팝과 드라마, 댄스,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보츠와나인들이 한국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즐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츠와나대에 한국어학과를 개설하거나 한국인 교수를 초빙하고 싶다”며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직원 및 학생 교류, 연구, 학술행사 개최 등을 위한 협력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세종학당을 통해 보츠와나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면 양국 관계도 돈독해질 것”이라며 “올해 3회째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강조했다.
한류 붐을 바탕으로 한국의 전통 무예인 태권도와 해동검도가 보츠와나 곳곳에 전파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10일 가보로네의 한 호텔에서 만난 투멜로 마필라 보츠와나태권도협회장은 “능력 있는 심판과 코치를 육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파견 형태로 많은 한국인을 초청해 현지 관리자나 선수로 참여할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또 “최근 한국 국기원과 태권도 보급 및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만큼 국기원보츠와나사무소가 곧 개설되기를 희망한다”며 “20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보츠와나가 예선을 통과한다면 정말 기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인 마필라 협회장은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태권도에 입문했다가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5년 만에 1단 자격증도 땄다. 현재 IT 회사 ‘포커스 서베이’를 운영하면서 태권도 알리기에도 힘쓰고 있다.
세계해동검도연맹 아프리카해동검도협회(회장 송윤찬) 산하의 보츠와나해동검도협회 지도자 및 수련생들은 “한국 무술이 보츠와나에 차츰 알려지고 있다. 몸과 마음을 흐트러지지 않게 잡아주는 좋은 운동”이라며 입을 모았다.
12일 수련이 진행 중인 가보로네 도장에서 만난 크고초 보틀홀 차기 협회장은 “해동검도는 리더십과 자신감을 기를 수 있는 좋은 운동”이라며 “아프리카 대륙에 해동검도 정신을 전파하고 한국과의 문화 교류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교민사회도 보츠와나한인회를 중심으로 한국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보츠와나 내 재외동포 총수는 지난해 기준 88명이며, 주로 가보로네와 프랜시스타운, 마운 등의 도시에서 거주한다.
김장수 보츠와나한인회장은 “태권도 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보츠와나 정부가 3천㎡ 규모의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라며 “보츠와나대를 통해 국기원 사범 파견을 요청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보츠와나에 공관을 세운다고 했다가 무산됐다. 한국 외교부가 다시 올해 분관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움직임이 없어 보류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상징적인 차원에서라도 분관이 하루빨리 설치돼 한국과의 교류 협력이 더 강화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보츠와나는 1968년 수교했다. 2015년 10월 방한한 세레체 카마 이안 카마 보츠와나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경제·통상, 국방·방산 등에서의 협력을 논의했고, 공관 개설 문제도 다뤄졌다.
이후 공관 개설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으나 외교부는 지난해 11월 올해 안에 보츠와나 등 12개국에 공관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rapha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