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로커 김경호 “노래 두 곡이면 모든 관객이 내 편”

정규 11집 ‘더 로커’ 발매…패배 떠올리지 말고 도전하란 메시지

끊임없는 도전의 30년…”아이돌 음악도 못 할 것 없죠”

가수 김경호
[프로덕션 이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무대에서 관객을 휘어잡고 요리할 수 있는 힘은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어떤 아티스트와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죠. 노래 두 곡만으로 모든 관객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제 자신감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로커 김경호(53)는 그의 말대로 노래 두 곡이 끝나기 전에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가수다.

수많은 팬이 무대에서 찰랑거리는 그의 생머리와 시원한 목소리로 부르는 ‘달려가∼’라는 노래 한 소절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의 대표곡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과 ‘금지된 사랑’을 듣고 난 뒤에는 피 끓는 마음으로 록에 빠져들었다.

김경호는 자신도 순식간에 록의 매력에 빠져 30년간 로커의 길을 쉼 없이 달려왔다고 말한다.

지난 13일 연합뉴스 사옥에서 만난 김경호는 “어려서부터 록 음악을 미친 듯이 파고들었고 지금도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며 “그저 내가 잘하는 일을 한눈팔거나 포기하는 일 없이 이어왔을 뿐”이라고 돌아봤다.

김경호 11집 앨범 수록곡 ‘포 2000 에이디'(For 2000 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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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는 오는 20일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정규 11집 ‘더 로커'(THE ROCKER)를 발매한다. 가장 자신 있는 장르인 1980∼1990년대 메탈 음악을 중심으로 신곡 7곡과 리메이크곡 3곡 등 총 10곡을 담았다.

타이틀곡 ‘다시 플라이’를 비롯한 신곡으로 ‘패배를 떠올리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관객을 향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고,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며 “색다른 시도보다는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면서 젊은 세대 청중을 끌어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록곡 중 귀를 사로잡는 노래는 1999년 정규 4집 수록곡 ‘포 2000 에이디'(For 2000 AD)의 리메이크 버전이다. 원곡은 길이가 8분에 달하는 대곡으로, 반복되는 멜로디 변화로 여러 곡을 듣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리메이크 버전은 곡의 구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김종서, 윤도현, 박완규 등 내로라하는 로커 6명을 피처링 진으로 섭외했다. 선후배가 하나 되는 무대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1년 전부터 리메이크를 준비했다는 그의 계획에 모두 흔쾌히 힘을 보탰다고 한다.

김경호는 “다들 한 노래하는 분들이 모였기 때문에 5일 밤을 새우며 파트 분배와 편곡에 집중했다”며 “한때는 서로 잘났다며 치열하게 경쟁하던 사이였지만, 이제는 선뜻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동료가 됐다”고 말했다.

곡에 관해서는 “저의 멘토이신 김종서 선배가 중심을 잡아주셨고, 데뷔 동기 도현이가 묵직한 소리로 하이라이트를 맡는다. 모두 파트 분배로 섭섭해하는 일 없이 작업을 마쳤다”고 했다.

가수 김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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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데뷔한 그에게 지난 30년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가수’로 거듭나는 시간이었다. 그는 7년간 이어진 무명 생활, 정규 7집을 발매한 뒤 찾아온 부상과 슬럼프 등 고비마다 과감한 도전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특히 2011년 출연했던 예능 ‘나는 가수다’는 그에게 커다란 전환점이 되어주었다. 슬럼프를 거치며 입지를 잃어가던 그는 ‘나가수’에서 ‘이유같지 않은 이유’, ‘사랑과 우정 사이’ 등을 부르며 다시 전성기를 맞이했다.

최근에는 KBS 예능 ‘싱크로유’에 출연해 그룹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Next Level)을 부르며 까다로운 랩을 완벽하게 소화하기도 했다. 낯선 박자로 연습 과정에서 애를 먹기도 했지만, 못할 이유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도전에 임했다.

김경호는 “‘나가수’도 해본 놈이 이걸 못하겠나 하는 생각으로 해보니 되더라”며 “후배들을 대할 때 ‘프로에게 못한다는 말은 금지어’라고 말했던 내가 4세대 아이돌 노래를 못한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나는 여전히 도전하고 있고, 앞으로 ‘넥스트 레벨’ 말고 어떤 도전을 하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김경호는 무엇보다 팬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위치에 설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가수 생활에서 가장 보람찬 순간을 묻자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팬들을 만나는 순간을 꼽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새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먹방이나 텃밭을 기르는 모습 등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면서 팬들을 만나고 있다.

김경호는 “3년 버티기도 힘든 가요계에서 저를 잊지 않고 지지해주신 팬들 덕분에 초라하지 않은 30주년을 맞게 됐다”며 “팬들이 없으면 공연도 올릴 수 없기에 늘 감사드릴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앞으로도 팬을 위해 꾸준히 무대에 서는 것이 목표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에는 어색한 경력과 나이일 수도 있지만, 트레이드마크인 긴 머리를 고수하며 메탈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하다.

“‘저 친구는 참 한결같아’라는 말을 듣는 것이 원대한 꿈입니다. 한 번도 멈추지 않았던 가수, 늘 겸손하고 스캔들 없었던 가수로 기억될 수 있도록 마이크를 내려놓는 순간까지 더 노력하겠습니다.”

데뷔 30주년 맞은 김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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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