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레이놀즈 주연 가족영화…시각효과로 환상의 캐릭터 구현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이런 상상을 해본다면 어떨까.
어릴 적 우리가 안고 자던 인형, 혼자일 때 말벗이 돼준 인형, 그러나 우리가 자라면서 구석에 처박혔다가 언젠가 쓰레기통으로 가고 말았을 그 인형이 아직도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심지어 그런 인형들이 한곳에 모여 살면서 우리를 다시 만나길 꿈꾼다면.
15일 개봉한 존 크래신스키 감독의 신작 ‘이프: 상상의 친구'(이하 ‘이프’)는 이런 상상을 펼쳐 보이면서 관객을 동심의 세계로 초대한다.
이 영화엔 누구나 가졌을 어린 시절의 꿈을 시각효과 기술로 형상화한 캐릭터인 ‘이프'(If)가 여럿 등장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1988)의 토토로를 연상시키는 커다랗고 통통한 털북숭이 ‘블루’부터 알록달록한 몸에 목소리가 고운 ‘유니콘’, 체크무늬 재킷을 걸친 멋쟁이 해바라기 ‘플라워’, 유리잔 속 물에 잠긴 얼음 조각 ‘아이스’ 등 별의별 캐릭터가 나온다. 성격도 가지각색이지만, 하나같이 귀엽다.
주인공 비(케일리 플레밍 분)는 미국 뉴욕에 사는 열두 살짜리 소녀다. 엄마가 없는 비는 아빠마저 수술받으러 입원하면서 할머니 댁에 맡겨지고, 위층에서 이프들과 사는 이상한 아저씨 칼(라이언 레이놀즈)을 알게 되면서 환상의 세계로 모험을 떠난다.
각각의 이프는 누군가의 어린 시절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그가 동심의 세계에서 벗어나면서 잊힌 존재들이다. 비와 칼은 보통 사람의 눈엔 띄지 않는 이프들에게 옛 친구를 찾아주는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다. 어린이라면 기상천외한 이프들의 모습에 매혹될 것이고, 어른은 까맣게 잊어버린 어린 시절 자기만의 이프를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된다.
행복으로 가는 열쇠는 동심을 회복하는 데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어린이의 꿈을 형상화한 캐릭터를 끌어들인 게 다소 작위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가족이 함께 즐기는 걸 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이보다 더 나은 방법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털북숭이 블루가 꿈에 그리던 옛 친구와 재회하는 장면은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이제는 중년 남성이 돼버린 친구가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은 우리 자신의 모습을 연상시키면서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마블 스튜디오의 ‘데드풀’ 시리즈에서 히어로를 연기한 라이언 레이놀즈는 ‘이프’에선 무뚝뚝해 보이면서도 어린이와 통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칼 역을 맡아 코믹 연기를 펼친다.
비를 연기한 케일리 플레밍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2015)와 드라마 ‘워킹 데드’ 시리즈에 출연한 뛰어난 연기력의 아역배우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에서 스릴러 연출력을 인정받은 크래신스키 감독은 이번 작품에선 따뜻한 동심의 세계를 그려낸다.
이프들의 목소리 연기는 크래신스키 감독의 아내인 에밀리 블런트와 조지 클루니, 브래들리 쿠퍼, 맷 데이먼, 아콰피나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맡았다.
104분.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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