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다이 역할 등 유색인종 캐스팅 비난 댓글에 일침
루카스필름 사장도 “스토리텔링은 모든 사람 대표해야” 옹호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배우 이정재가 제다이 역할을 맡은 ‘스타워즈’ 시리즈 ‘애콜라이트'(The Acolyte)의 감독이 유색인종 배우 캐스팅을 두고 인종차별적 공격을 하는 이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29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애콜라이트’를 기획하고 연출·제작한 레슬리 헤드랜드 감독은 이 신문 인터뷰에서 “심한 편견과 인종주의 또는 혐오 발언과 관련된 그 누구든 나는 스타워즈 팬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헤드랜드 감독은 “나는 스타워즈 팬들과 공감하며 이들을 굳게 지지한다”면서도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히 하고 싶다”며 인종주의나 편견을 드러내는 의견은 배척하겠다고 못박았다.
애콜라이트에는 마스터 제다이를 연기한 이정재 외에도 그와 대적하는 전사 역의 아만들라 스텐버그(아프리카계), 그림자 상인 역의 매니 재신토(필리핀계), 마녀 집단의 리더 역의 조디 터너-스미스(아프리카계) 등 다양한 유색인종 배우들이 출연한다.
이 가운데 특히 스타워즈 팬들이 추앙하는 강력한 ‘포스’의 소유자 마스터 제다이 역에 역대 스타워즈 시리즈 최초로 아시아인이 캐스팅된 것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3월 공개된 애콜라이트 예고편 영상에는 “누군가가 제다이를 죽이고 있다. 그것은 디즈니다”라는 댓글이 달려 3만여회의 ‘좋아요’를 받았다.
하지만 이런 의견을 비판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는 “애콜라이트 예고편이 나오자마자 유색인종과 여성 혐오자들 댓글이 두드러진다”며 “스타워즈 팬층에 이런 기생충들이 있다는 사실이 짜증 날 뿐이다. 출연진 피부색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쇼가 실제로 얼마나 좋은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와 400여회의 공감을 받았다.
스타워즈를 제작하는 디즈니 산하 루카스필름의 캐슬린 케네디 사장은 “디즈니가 ‘정치적 올바름(PC, Political Correctness) 주의’에 사로잡혀 스타워즈를 망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했다.
케네디 사장은 NYT 인터뷰에서 “스토리텔링은 모든 사람을 대표할 필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믿음”이라면서 헤드랜드 감독을 지지하는 것이 자신에게는 “쉬운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헤드랜드 감독이 여성인 점을 언급하며 “스타워즈 제작에 발을 들여놓는 많은 여성이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팬층이 남성 위주이기 때문에 때때로 아주 개인적인 방식으로 공격받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NYT는 이런 제작진 설명에 무게를 실으며 “스타워즈 프로젝트는 제작과 마케팅 예산이 너무 크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이 최대한 많은 관객에게 어필해야만 수익을 내는 데 성공할 수 있다”고 짚었다.
애콜라이트 시리즈 제작에는 약 4년이 걸렸으며, 8편의 에피소드 제작에 약 1억8천만달러(약 2천472억원)가 투입됐다고 NYT는 전했다.
밥 아이거 디즈니 CEO 역시 지난달 초 CNBC 인터뷰에서 “메시지를 주입하는 것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관객을) 재미있게 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NYT는 시사회를 통해 먼저 공개된 애콜라이트 시리즈에 대해 “2012년 디즈니의 프랜차이즈(루카스필름과 스타워즈) 인수로 시작된 ‘스카이워커’ 대서사를 뛰어넘어 다양성과 확장으로 정의되는 ‘새로운 스타워즈'(New Star Wars) 시대를 맞아들인다”고 호평했다.
10대 시절부터 스타워즈의 열렬한 팬이었다는 헤드랜드 감독은 극작가로 먼저 명성을 쌓은 뒤 독립영화 2편 연출로 영화계에서 두각을 드러냈고 넷플릭스 코미디 시리즈 ‘러시안 돌’ 제작을 맡아 성공을 거뒀다.
역대 스타워즈 시리즈 가운데 여성이 제작을 총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콜라이트 시리즈는 오는 6월 5일(한국시간) 디즈니의 스트리밍 플랫폼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다.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