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가슴에 남은 명대사…’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사노 요코 10주기 작품집 ‘언덕 위의 아줌마’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 정덕현 지음.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인연의 순간들을 놓치고 살아왔는지 나의 과거를 다시 마주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서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간 임솔(김혜윤 분)이 알고 보니 선재(변우석)와의 운명을 바꿀 소중한 순간들이 있었다는 걸 깨달으며 한 말이다.

드라마를 볼 때면 이처럼 대사 한마디가 울림을 증폭시킬 때가 있다. 대중문화 평론가인 저자가 가슴에 남는 드라마 속 명대사를 화두로 일상과 맞닿은 이야기를 풀어낸 에세이다.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선 “소나기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어. 이럴 때는 어차피 우산을 써도 젖어”라는 두식(김선호)의 말이, ‘우리들의 블루스’에선 우울증을 겪으며 내면으로 침잠하는 선아(신민아)에게 “등만 돌리면 다른 세상이 있다”고 건네는 동석(이병헌)의 말이 여운을 남긴다.

저자는 학전을 지켜왔던 김민기가 “난 뒷것이야. 너희들은 앞것이고”라고 한 말에 눈물이 났다면서 “일상에 맞닿아 있는 드라마는 무대 위에 서는 앞보다는 어딘가 우리와 늘 함께 하는 곁이 더 어울린다. 뒷것도 앞것도 아닌 ‘곁것’이랄까”라고 말한다.

책 제목은 드라마 ‘눈이 부시게’ 속 명대사에서 가져왔다.

페이지2. 332쪽.

▲ 언덕 위의 아줌마 = 사노 요코 지음. 엄혜숙 옮김.

‘100만 번 산 고양이’와 ‘사는 게 뭐라고’ 등 베스트셀러 그림책과 에세이를 남긴 사노 요코(1938~2010) 작가의 10주기 기념 작품집이다. 과거 잡지에 실렸거나 원고 형태로 남아 있는 글 등 단행본 미수록 작품을 엮었다.

이중 요코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나의 복장 변천사’는 40여년 전 ‘우리 세대’라는 시리즈물 단행본으로 담겨 있었다.

요코가 3살부터 30살까지의 시대별 복장과 일상의 흔적, 오빠에 대한 기억 등을 솔직하고 재치 있게 그리고 썼다.

요코가 평생 쓴 세 편의 희곡 중 한 편도 수록됐다. ‘어린이를 위한 연극’ 시리즈 중 하나로 무대에 상연된 ‘언덕 위의 아줌마’다. 책 표지에 사용한 그림도 연극 포스터에 사용했던 요코의 그림이다.

이외에도 ‘제멋대로 곰’과 ‘지금이나 내일이나 아까나 옛날이나’ 등 동화를 비롯해 초현실적이고 신비한 짧은 소설, 소녀시대와 가난했던 미술대학 시절 이야기를 쓴 에세이, 일본 국민 시인 다니카와 타로와의 연애와 결혼 에피소드 등 다채로운 작품이 더해졌다.

요코의 그림책을 여러 권 국내에 소개한 엄혜숙 작가가 우리말로 옮겼다.

페이퍼스토리. 296쪽.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