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의 ‘가브리엘’ vs 나영석의 ‘서진이네’…누가 웃을까

예능 대표 두 PD, 첫 동시간대 편성…화제의 경쟁, ‘윈윈’ 기대

예능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왼쪽)과 ‘서진이네’ 시즌2
[JTBC·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김태호 PD의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이하 ‘가브리엘’)과 나영석 PD의 ‘서진이네’ 시즌2. 국내 방송가를 대표하는 두 예능 PD가 최초로 같은 시간대에 맞붙는다.

23일 방송가에 따르면 김 PD가 연출을 맡은 JTBC ‘가브리엘’은 지난 21일 오후 8시 50분 1회가 방송됐고, 나 PD가 연출한 tvN ‘서진이네’ 시즌2는 한 주 뒤인 이달 28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40분에 방영된다.

두 프로그램은 두 PD의 뚜렷한 개성과 강점이 담긴 만큼 어떤 예능이 더 화제가 되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지 주목된다.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 1회
[JTB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무한도전’ 타인의 삶 특집 확장판 ‘가브리엘’

‘가브리엘’은 출연자들이 낯선 곳에서 72시간 동안 다른 사람이 돼서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관찰 예능이다.

첫 방송은 각각 배우 박보검이 아일랜드 더블린의 아카펠라 합창단 단장 ‘루리’가 되고 코미디언 박명수가 태국 치앙마이의 솜땀 가게 사장 ‘우티’가 되어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과정을 담았다.

박보검은 합창단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에 막막해하면서도 곧장 책임감을 갖고 연습을 이끌고 지휘하고 동료들과 친분을 쌓았다. 대학에서 뮤지컬 공연을 전공하고 졸업 공연에서 음악감독을 맡았던 경험 덕분에 당황한 가운데서도 조금씩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박명수는 배우자와 6개월 된 딸을 둔 35세 가장이 돼 가족과 함께 식사하고 딸을 얼러주고 재워주는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가족들의 이름을 제대로 외우지 못해 계속 조금씩 다르게 불러 웃음을 자아냈다.

‘가브리엘’ 1회는 시청률 1.469%를 기록했다. 이는 한 주 전까지 같은 시간대에 방영됐던 연애 리얼리티 예능 ‘연애남매’의 첫 방송 시청률(0.812%)보다 높고, 최고 시청률(1.649%)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김 PD의 대표적인 연출작 ‘무한도전’의 팬들은 특히 ‘가브리엘’을 반가워하고 있다. ‘무한도전’ 이후 처음으로 김 PD가 박명수와 함께한 프로그램이고, ‘무한도전’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타인의 삶 특집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박명수는 ‘가브리엘’에서 “예전에 ‘무한도전’에서 타인의 삶이란 시간이 있었다”며 “의사의 삶을 살았는데, 그때 만난 환우가 잘 자라서 성인이 됐다는 얘길 듣고 기뻤다. 한국에서 타인의 삶을 살아봤으니 이젠 글로벌하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예능 ‘서진이네’ 시즌1
[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나영석 표 아는 맛 예능 ‘서진이네’ 시즌2

방영을 앞둔 ‘서진이네’는 여러 면에서 그간 나 PD가 해왔던 여러 프로그램과 비슷한 결의 프로그램이다.

‘서진이네’는 배우 이서진이 해외에서 식당을 차려 사장을 맡고 다른 출연자들과 함께 장사하는 과정을 담은 리얼 버라이어티다. 이서진은 나 PD와 ‘꽃보다 할배’ 시리즈, ‘삼시세끼’ 시리즈, ‘윤식당’ 시리즈 등 수많은 예능을 함께해 ‘나영석의 페르소나’로도 불린다.

작년 2∼5월 방영된 ‘서진이네’ 시즌1은 이서진과 출연자들이 멕시코 칸타나로오주 바칼라르에서 라면과 김밥, 떡볶이, 핫도그 등을 파는 분식점을 운영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시즌1에서는 이서진이 사장으로서 역할에 깊이 몰입해 더 높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한국 분식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 해변의 아름다운 경치 등이 장점으로 꼽혔다. 나 PD가 한국 예능에서 최초로 선보인 연예인 장사 예능의 장점을 그대로 이어간 것이다.

‘아는 맛이 무섭다’는 말처럼 ‘서진이네’ 시즌1은 나 PD의 연출작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에게 호평받으며 최고 9.347%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즌2에서는 이전 시즌의 출연자 대부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시즌1에 출연했던 BTS 뷔 대신 배우 고민시가 합류했다. 시즌2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를 배경으로 한다.

김태호·나영석 PD
[연합뉴스 자료사진·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화제작 찾기 어려운 예능 시장, 두 PD ‘윈윈’ 기대

김 PD와 나 PD가 각각 ‘무한도전’과 ‘1박 2일’로 각자 예능계를 대표하는 스타 PD가 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지만, 두 PD의 연출작이 동시간대에 방영되는 것은 ‘가브리엘’과 ‘서진이네’ 시즌2가 처음이다.

물론 두 PD는 연출 방식뿐 아니라 목표로 하는 방향도 서로 다르기 때문에 특정 지표를 근거로 어느 쪽이 더 좋은 성적을 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김 PD의 경우 최근 인터뷰에서 목표를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이라고 밝히며 당장의 시청률이나 화제성보다 트렌드에 발맞춰 변신하기 위해 도전하는 것을 중요시한다고 밝혔다.

나 PD는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향하고, 그만큼 높은 시청률을 목표로 한다. 그는 시청률과 화제성 등 시청자의 반응을 나타내는 지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수차례 밝힌 바 있다.

방송가에선 누가 이기고 지는지보다 스타 PD들의 경쟁으로 화제가 돼 두 작품 모두 ‘윈윈’하는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최근 예능 시장은 압도적으로 높은 화제가 되는 작품이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라며 “많은 예능을 유행시킨 경험이 있는 두 PD의 경쟁이 화제가 돼서 서로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