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세대의 콜 포비아…한정된 정보에 뇌 긴장·통화경험 부족”

신간 ‘쓸데없는 걱정으로 준비된 체력이 소진되었습니다’

콜 포비아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사용이 늘어나면서 낯선 사람과 통화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거나 두려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가수 겸 배우 아이유는 과거 한 방송에서 전화 공포증이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 의사인 이광민은 신간 ‘쓸데없는 걱정으로 준비된 체력이 소진되었습니다'(웅진지식하우스)에서 통화가 기본적으로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는 것보다 힘든 소통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대면으로 이야기할 때는 상대의 표정을 비롯한 비언어적 메시지로 부족한 정보를 보완할 수 있고, 메신저를 이용할 때는 용건을 알기 쉽게 텍스트로 정리한다. 하지만 전화 통화는 목소리만 들으며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상대의 의도까지 파악해야 하므로 뇌가 긴장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화를 받는 사람은 발신자만큼 용건에 관해 생각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답변해야 할 가능성이 크고 그만큼 뇌에 과부하가 걸린다. 성장 과정에서 전화로 일을 처리해 본 경험이 적고 스마트폰 메신저에 익숙한 20∼30대의 경우 전화에 공포감을 느낄 개연성이 더 크다고 책은 진단한다.

책은 전화가 두려운 것이 소심한 성격 때문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의사소통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규정한다. 통화 중 상대의 갑작스러운 제안이나 부탁에 즉시 답하는 대신 “가능한지 확인해서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대응하는 방법이 있다고 조언한다.

책 표지 이미지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저자는 정신적·육체적 에너지를 소모하거나 걱정에 빠지게 만드는 일상의 ‘작은 불안’을 이해하고 이에 대응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예를 들면 한 여성은 물건을 구입한 뒤 환불하겠다는 뜻을 밝히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중시하는 가치의 차이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물리적 손실과 정서적 손실 중 어느 쪽에 더 큰 고통을 느끼는지에 따라 환불을 척척 받아내는 이들과 환불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로 갈린다는 설명이다. 환불을 요구하지 못하는 이들은 가게 점원이 보이는 퉁명스러운 반응에 당혹스러워하며 체면이나 자존심이 구겨지는 것에 큰 고통을 느끼는 그룹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경제적 손실에 더 큰 고통을 느끼는 그룹은 환불을 거뜬히 요구한다. 저자는 만약 대면으로 환불을 요구하기 어렵다면 비대면 환불을 해보거나 환불 대신 교환이라도 시도하는 등 단계적 변화를 모색하라고 안내한다.

책은 인생에서 불안을 피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며, 불안을 보는 관점을 바꾸고 대응하는 요령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불안이 없는 사람은 자신을 스스로 지킬 수 없다. 위험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불안이 필요하다. (중략) 불안은 죄가 없다. 다만 우리가 그 불안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관건이다.”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