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국민배우 야쿠쇼 “‘퍼펙트 데이즈’로 배우 삶에 용기 얻었죠”

개봉 앞두고 국내 언론 인터뷰…”영화 강국 한국 관객 반응 궁금”

‘퍼팩트 데이즈’ 주연배우 야쿠쇼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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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일본의 국민배우로 통하는 야쿠쇼 고지(68)는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관록의 배우다.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준 영화는 스오 마사유키 감독의 ‘쉘 위 댄스'(2000)다. 국내에선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우나기'(1999)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1997)로도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야쿠쇼는 지난해 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독일의 거장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가 배우로서 쌓아온 관록과 명성을 고려하면 뒤늦게 찾아온 영광이라고 할 수 있다.

“시상식 이후 1년 동안 영화(‘퍼펙트 데이즈’)와 함께 많은 나라를 여행했죠. 세계 각국의 영화 팬들이 이 작품을 관람하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배우 인생을 이어갈 용기를 얻었습니다.”

야쿠쇼는 7월 3일 예정된 ‘퍼펙트 데이즈’의 개봉을 앞두고 최근 국내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아시아 영화 강국인 한국의 영화 팬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봐줄지 가슴이 두근두근한다”고 털어놨다.

‘퍼펙트 데이즈’에서 야쿠쇼는 도쿄 시부야구(區)의 공중화장실 청소노동자 히라야마를 연기했다.

영화는 단조롭기 그지없는 히라야마의 규칙적인 일상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조명한다. 공중화장실 구석구석 숨은 때까지 말끔히 닦아내는 히라야마의 모습을 보다 보면 그의 노동이 생계를 위한 활동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퍼펙트 데이즈’의 히라야마(야쿠쇼 고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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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쇼는 “(연기할 때) 신경 쓴 부분은 실제 청소원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이라며 “벤더스 감독이 일본에서 실제로 청소 일을 하는 남성을 스카우트해 영화를 찍은 것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에 열중하는 히라야마의 모습에 대해선 “공중화장실 청소가 편한 일은 아니지만, 더러운 것이 깨끗해질 때 느끼는 희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히라야마는 ‘우나기’에서 야쿠쇼가 연기한 야마시타에 못지않게 과묵한 사람이다. 야쿠쇼는 이번에도 대사보다는 표정으로 캐릭터의 깊은 내면을 표현해낸다. ‘퍼펙트 데이즈’의 마지막 장면을 잊을 수 없게 하는 것도 그의 표정 연기다.

야쿠쇼는 “히라야마는 독서가로, 많은 말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 사람”이라고 풀이했다. 히라야마가 극 중 동료 다카시의 끊임없는 말에도 응수하지 않는 데 대해선 “다카시의 잡담을 마치 라디오처럼 나름대로 즐긴 것 같다”고 했다.

히라야마는 점심시간엔 나무 그늘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구식 필름 카메라에 담는다. 일을 마치면 공중목욕탕으로 가 몸을 씻고, 잠자리에서 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렇게 반복되는 사소한 일상이 영화 제목 그대로 완벽한 나날을 이룬다.

‘퍼펙트 데이즈’의 히라야마(야쿠쇼 고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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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쇼는 자신에게 완벽한 날이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배우로 살아가는 한 완벽한 하루라는 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완벽함에 다가가려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은퇴하고 나면 ‘자, 오늘은 뭘 할까’라며 그날 할 수 있는 일을 정하는 생활 속에서 그날에 만족하며 잠자리에 들 수 있겠지만, 그때까진 바둥바둥 몸부림치면서 살아갈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퍼펙트 데이즈’를 연출한 벤더스 감독은 ‘파리, 텍사스'(1987)와 ‘베를린 천사의 시'(1993)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감독상을 각각 받은 거장이다.

야쿠쇼는 벤더스 감독에 대해 “인간적으로도 품이 큰 사람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의 기쁨과 자유를 일깨워줬다”며 “서로 언어로 소통하는 건 쉽지 않았지만, 감독과 배우에겐 시나리오라는 지향점이 있기 때문에 헤맬 일은 없었다”고 회고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캐릭터와 하나가 돼 새로운 인상을 남겨온 야쿠쇼는 촬영에 들어갈 때면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향해 “우리 좀 더 친해집시다”라고 혼잣말하곤 한다고 털어놨다.

좋아하는 한국 영화로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을, 배우로는 안성기와 송강호를 꼽았다. 차기작에 관해선 “촬영을 마친 영화와 촬영에 들어갈 영화가 몇 편 있다”고 했다.

‘퍼펙트 데이즈’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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