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합계출산율 0.4명.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새로 쓰고 있는 2030년 가상의 대한민국.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획기적인 의학 기술이 개발된다. 바로 남자가 열 달 동안 아이를 품고 직접 출산할 수 있도록 한 남성 임신이다.
웹툰 ‘안 할 이유 없는 임신’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인 저출생을 유쾌한 상상력으로 꼬집어 비튼 작품이다.
강유진·최정환 부부는 시험관 시술에 연달아 실패한다.
최씨 집안 대가 끊기는 것 아니냐는 부모의 성화 속에 정환은 아내에게 다시 한번 시험관 시술을 하자고 권하며 “내가 임신할 수 있으면 했다”고 대수롭지 않게 달랜다.
그 순간 TV에서 남성 임신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뉴스가 나오고, 정환은 유진의 손에 끌려 덜컥 병원까지 온다.
저출생 타개와 가임인구 증가에 인생을 바친 김삼신 박사는 시술부터 산후조리까지 무료로 해주겠다고 제안하고, 정환은 임신하지 않을 이유를 찾지 못한다.
보수적인 집안 어른들이 반대할 거라고 기대했지만 웬걸, 믿었던 할아버지마저 “최씨가 최씨를 낳으면 적통 중의 적통”이라며 오히려 반긴다.
정환은 용기를 내기 위해 남성 임신을 경험한 사람들을 찾아가 본다. 그러나 출산 후 회사에서 잘리고 전업주부가 된 남자, 수유 후에 가슴 모양이 돌아오지 않아 힘들다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한층 고민이 깊어진다.
시술 날짜는 하루하루 다가오고, 쉽게만 생각했던 임신이 두렵고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하게 된다.
‘임신이 벼슬이냐?’는 말로 압축되는 임신에 대한 사회적 시선, 저출생이라는 사회적 현상을 꼬집으면서도 이를 블랙코미디 형식 속에 집어넣어 빠르고 경쾌하게 풀어냈다.
부부는 서로를 공격하거나 비난하지도 않고, 악역도 없다. 대신 임신과 출산은 많은 용기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고 배우자의 지지와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이 이야기가 지닌 매력은 이미 국내외 시상식에서 증명됐다.
노경무, 쏘키 작가가 만든 이 웹툰은 올해 부천만화대상 신인상을 받았다.
또 이 작품의 애니메이션 판은 2023 멕시코 몬테레이 국제영화제 국제 단편 부문 대상과 다카국제영화제 여성영화인 부문 감독상을 받았고, 같은 해 서울여성독립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 관객상, 서울인디애니페스트 관객상, 한국단편영화상 심사위원특별상 등도 수상했다. 이 웹툰은 원래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로 기획돼 2022년 웹툰으로 처음 선보인 뒤 이듬해 30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작중 배경인 2030년은 그리 머지않은 미래다. 올 1분기 합계출산율이 0.76명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0.4명이라는 수치도 그리 비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이런 질문에 미리 대답해보는 것도 허무맹랑한 일은 아닐 것이다.
“저출생 기사를 볼 때마다 혀를 차며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던 당신, 임신할 수 있다면 하겠는가?”
이 웹툰은 포스타입과 딜리헙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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