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똑 닮은 딸’ 작가 “모녀관계 스릴러? 자아에 대한 이야기”

이담 작가 인터뷰…”2부 속 대반전, 독자도 어시스턴트도 몰랐죠”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자기 인생에서 방해가 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가차 없이 제거하는 살인마 엄마, 그런 엄마에게 복수하려는 모범생 딸.

엄마 명소민은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성격에 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통제광이다. 딸 길소명은 엄마를 두려워하면서도 언젠가는 그 민낯을 까발리겠다는 생각을 안고 산다.

둘은 겉으로는 더없이 사이좋은 모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의 턱 끝에 칼을 겨누고 있는 관계이다.

모녀 관계를 스릴러로 엮어낸 웹툰 ‘똑 닮은 딸’을 그린 이담 작가를 지난 12일 서울 한 카페에서 인터뷰했다.

이 작가는 “이 만화의 중심이 되는 키워드는 자아, 자의식”이라며 “주인공의 엄마를 자기애성 인격장애로 설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기애성 인격장애를 소재로 삼고 싶었지만, 주인공은 응원하고 싶고 몰입할 수 있어야 하므로 인격장애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을 수는 없었다”며 “‘그렇다면 ‘주인공 곁 가장 가까운 곳에 놓자. 밀접한 관계인 만큼 되게 고통받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엄마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담 작가 캐릭터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똑 닮은 딸’은 작가의 데뷔작이다.

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던 이 작가는 네이버웹툰 2020년 지상최대공모전에 도전했다.

1기 공모전에서는 수학여행을 소재로 한 공포 웹툰을 그렸다가 똑 떨어졌다. 이 탈락작 속 조연이었던 반장 캐릭터를 꺼내 주인공으로 다듬어 ‘똑 닮은 딸’을 만들었고, 2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이 작가는 “당시 반장 캐릭터는 굉장히 모범적이고 내 딸이라면 진짜 기쁠 것 같은 아이였다”며 “그런데 그런 아이는 스트레스도, 참는 것도 많지 않나. 모범생이 참고 참다가 터뜨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 길소명이라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주인공 소명만큼 인기 있는 캐릭터는 대외적으로는 능력 있는 워킹맘이지만, 자기 인생에 방해가 된다 싶으면 친구도, 자식도 거리낌 없이 제거하는 소시오패스 살인마인 엄마 명소민이다.

‘똑 닮은 딸’이란 제목을 지었지만, 작중 모녀관계인 소민과 소명은 완전히 다른 캐릭터라고 작가는 강조했다.

그는 “소민이 딸 소명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그저 자기 멋대로 기대하고, 쏟아냈다가 실망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소민과 소명은 똑같이 1남 1녀의 장녀로 자랐지만, 동생을 대하는 태도도 확연히 다르다.

작가는 “소명에게 동생 명진은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 존재”라며 “반면 소민이는 남동생을 능력, 성격 등 모든 면에서 무시한다. 그에게 동생은 절대적인 한(恨)의 대상도 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 웹툰의 주인공이 소명이라고도 못 박았다.

작가는 “영화 ‘죠스’ 시리즈의 주인공이 상어가 아니듯이, 소민도 ‘똑 닮은 딸’의 주인공은 아니다”라며 “소민의 이야기를 주로 다룬 2.5부는 이 웹툰에선 처음으로 전지적 시점의 내레이션을 사용했다. 주인공처럼 몰입하는 역할을 주지 않고 독자들이 거리를 두고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웹툰 ‘똑 닮은 딸’
[네이버시리즈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모녀관계 스릴러라는 신선한 설정과 몰입도 높은 이야기 덕에 이 작품은 지난해 내내 네이버웹툰 스릴러 장르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장상도 받았다.

소명이 준비한 영재고 입시, 엄마 소민의 화학과 교수 임용 과정, 지금은 실종된 소명의 아버지가 보낸 의대생 생활 등이 꼼꼼하게 그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가는 “영재고등학교 이야기는 동생 지인을 통해, 의대 이야기는 이모부를 통해서 소개받아 취재했다”면서도 “사실 만화적 재미가 가장 우선이라서 재미를 위해 디테일을 버리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고 했다.

작중 배경도 연희동, 평창동, 청운동 등을 두루 참고한 가상의 동네라며, 구체적인 장소나 사건을 반영하는 편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딸과 엄마의 이야기가 뒤섞이는 2부 속 대반전과 관련해선 독자는 물론 작업을 도와주는 어시스턴트들도 속아 넘어갔다고 귀띔했다.

그는 “어시(어시스턴트)님들에겐 들킬 줄 알았다”며 “참고 자료로 옛날 사진을 많이 가져다드렸는데 모르시다가, 반전이 공개되는 회차에 놀랐다는 반응을 받았다”고 말했다.

웹툰 ‘똑 닮은 딸’ 속 한 장면
[네이버웹툰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비틀린 모녀 관계를 그리면서 가족들의 반응이 신경 쓰이지는 않았을까.

그는 “사실 엄마한테 ‘나, 제정신이 아닌 엄마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라고 하면 상처받을까 걱정했다”며 “그런데 전혀 상처받지 않고 재미있게 보신다. 본인이 훌륭한 엄마라는 자각이 있으니 그런 것 아닐까”라며 웃음 지었다.

2021년부터 연재해 온 ‘똑 닮은 딸’의 이야기는 현재 종장에 해당하는 3부를 연재 중이다.

“제 휴학 연한이 내년 2학기까지여서 그전에는 작품을 마무리하려고 해요. 작품을 마치면 이제 졸업부터 해야죠. 예전에는 현대미술 작가를 꿈꿨는데, 어쩌다 보니 웹툰에 너무 발을 깊게 들였네요. 그래도 미술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있어요.”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