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시대의 사상가’ 59명 다룬 시리즈 첫선…10권 우선 공개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천하는 지극히 넓고 만민은 지극히 많으니 한번 그들의 마음을 잃으면 크게 염려할 일이 생긴다.”
삼봉(三峰) 정도전은 조선 건국 2년 뒤인 1394년 국가를 다스리는 기본을 담은 법제서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을 왕에게 올렸다.
그는 “백성은 국가의 근본이며 임금의 하늘”이라며 민본과 위민 이념을 강조했다. 고려 말 조선 초로 이어지는 혼란한 상황에서 정도전은 자신만의 정치사상을 완성해 갔다.
정도전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각 시대를 이끌며 큰 울림을 준 ‘깨우침’을 돌아보는 시리즈 책이 출간된다. 700년의 세월을 아우르는 한국 사상가들과의 만남이다.
출판사 창비는 “한반도를 흔들어 깨운 ‘시대의 사상가’ 59명을 다루는 ‘창비 한국사상선’ 시리즈를 올해부터 3년간 선보인다”고 16일 밝혔다.
시리즈는 이날 먼저 공개한 10권(종)을 포함해 총 30권으로 이뤄진다.
계간지 ‘창작과비평’의 명예 편집인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 백민정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등 10명이 간행위원으로 참여했다.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첫 책인 ‘정도전’ 편은 이익주 서울시립대 교수가 편저자를 맡았다.
이 교수는 ‘조선경국전’·’경제문감'(經濟文鑑) 등 정도전의 핵심 저작을 소개한 뒤, 민본을 강조하고 ‘책임정치’의 씨앗을 뿌린 혁명적 정치사상가로서의 면을 보여준다.
고려 공양왕(재위 1389∼1392)에게 올린 상소, 조선 왕조를 세운 뒤 경복궁 궁궐과 전각 명칭을 정하며 고민한 흔적 등 정도전의 사상을 꿰뚫는 다양한 글을 담았다.
창비 측은 한국 사상의 맥을 짚는 이번 시리즈에서 다양한 인물을 포함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창비 관계자는 “그간 ‘사상가’ 범주에서 제외돼 온 군주, 여성, 문인, 정치인, 종교 지도자까지 망라해 우리 사상사의 새로운 ‘정전'(正傳)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리즈는 창비의 60주년인 2026년까지 진행된다.
1차에 해당하는 10권을 먼저 낸 뒤 율곡 이이, 백범 김구 등을 다루는 2차 분량은 2025년 내놓을 계획이다. 시리즈는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 마무리된다.
간행위원회는 “문명적 대전환에 기여할 사상에 의미 있는 보탬이 되고, 대항 담론에 그치지 않는 대안 담론으로서 한국사상이 갖는 잠재성을 공유하는 계기가 되길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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