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블랙 밴드 동료 “트럼프에 실패하지 않길” 발언했다가 ‘뭇매’

호주 공연서 생일 촛불 끄며 농담…머스크 “악마” 등 비난에 투어 취소

2022년 9월 ‘터네이셔스 디’ 공연 무대에 오른 카일 개스(왼쪽)와 잭 블랙(오른쪽)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할리우드의 유명 코미디 배우 잭 블랙(54)과 함께 2인조 록 밴드 ‘터네이셔스 디'(Tenacious D)로 활동하는 가수 겸 배우 카일 개스(64)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과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을 해 뭇매를 맞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언론과 틱톡 등에 게시된 영상에 따르면 개스는 지난 14일 밤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터네이셔스 디 공연 무대 위에서 생일 케이크를 선물 받은 뒤 소원을 말하라는 블랙의 요청에 “다음엔 트럼프에 실패하지 않기를”(Don’t miss Trump next time)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갑자기 날아든 총탄에 귀 윗부분을 맞아 다친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심각한 부상을 면했지만, 총격범이 쏜 여러 발의 총탄에 맞아 유세를 지켜보던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 사건과 관련한 카일 개스의 부적절한 농담이 온라인상에서 알려지자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5일 해당 영상을 올린 엑스(X, 옛 트위터) 게시물에 답글로 “악마”(Evil)라고 썼다. 여기에 동조하는 다른 사용자들의 댓글도 수백개 달렸다.

호주 연방 상원의원인 랠프 바벗은 “호주에는 타인의 암살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을 자리가 없다”며 이 밴드를 즉시 호주에서 추방하고 비자를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터네이셔스 디의 호주 공연을 주최한 공연기획사는 이날 오전 이 밴드의 호주 내 다음 공연을 연기한다고 발표했고, 블랙은 급기야 향후 공연 일정을 전면 취소한다는 공지를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블랙은 “지난 일요일 공연에서 나온 발언에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며 “나는 어떤 형태로든 증오 발언을 용납하거나 정치적인 폭력을 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많은 고민 끝에 더이상 터네이셔스 디 투어를 계속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의 모든 창작 계획은 보류됐다”고 밝혔다.

물의를 빚은 개스 본인도 이날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일요일 밤 내가 시드니 무대에서 즉흥적으로 한 말은 매우 부적절하고 위험하며 끔찍한 실수였다”며 “심각한 판단력 부족에 대해 매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영화 ‘스쿨 오브 락'(2003)을 비롯해 ‘쿵푸팬더’ 시리즈의 목소리 연기 등으로 유명한 블랙은 1990년대부터 친구인 개스와 함께 코믹 록 밴드 듀오 터네이셔스 디를 결성해 음반 2장을 내는 등 꾸준히 활동해 왔다.

그는 지난달 중순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 후원 모금 행사에 참석하는 등 오랜 민주당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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