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컨템포러리 아트 개인전…월든·삐삐·공주 시리즈 등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미술시장의 인기 작가 우국원(48)이 신작 시리즈로 개인전을 열고 있다.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동화 같은 화풍에 강렬한 색, 유화물감층을 두텁게 쌓아 마치 수를 놓은 듯 표현하는 질감(마티에르)이 특징인 그의 그림은 특히 미술 시장의 새로운 구매층으로 떠오른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청담동 탕 컨템포러리 아트에서 지난 20일 시작한 개인전 ‘나의 우주; My Universe’에는 일본 우키요에(浮世繪, 목판화 기법으로 제작한 옛 일본 회화)에서 배경을 따온 호쿠사이 시리즈부터 월든 시리즈, 삐삐 시리즈, 생명의 나무 시리즈, 공주(프린세스) 시리즈까지 소재가 다양하다.
전시 제목의 ‘우주’는 작가의 딸 이름이기도 하다. 3년 전 딸을 얻은 작가는 이번 전시작 대부분에 기저귀를 찬 모습의 딸을 캐릭터화해 그려 넣었다.
호쿠사이 시리즈는 일본 작가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齋. 1760∼1849)의 그림들에서 배경을 가져오고 그 속에 이야기를 담았다. 우국원의 그림에는 항상 낙서한 것 같은 짧은 문장이 등장하는데 호쿠사이 시리즈에는 성경 구절이 담겼다. 호쿠사이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를 이용한 ‘빅 웨이브'(Big Wave)에는 사도행전 27장 25절 구절이 적혀 있다.
‘월든’ 시리즈는 미국 사상가이자 시인이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에서 소재를 가져왔다. 울창한 숲 속 작은 오두막을 배경으로 한 그림에는 작가가 실제 소로의 필기체를 본따 월든 속 문장을 적었다.
다채로운 색과 귀여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그림은 얼핏 동화 같은 느낌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림 속에서 벌어지는 장면은 ‘잔혹동화’에 가깝다. ‘친애하는 딸에게'(Dear Daughter) 시리즈에서는 딸로 상징되는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작가의 메시지가 직접적으로 등장한다. 커다란 호랑이를 무는 작은 캐릭터의 그림 아래에는 ‘만약 누군가가 너를 문다면 그들을 바로 다시 물어버려라'(If someone bite you, bite them right back) 같은 글이 적혀 있다.
공주 시리즈에는 작가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담았다. ‘겨울왕국’의 엘사, ‘알라딘’의 자스민 등 이야기 속 여러 공주의 초상화 아래 작은 아이 캐릭터가 ‘공주’라는 제목의 책을 읽는 모습을 담은 작업 속 공주 초상화는 장-미셸 바스키아의 화풍을 연상시키는 작가의 초기 회화 스타일로 그려졌다.
대형 작품들이 많은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해진 소재와 함께 바느질을 한 것 같기도 하고 두터운 물감을 파낸 것 같기도 한 마티에르가 더욱 강조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전시는 8월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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