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일 “난 연예인 팔자 아닌 사람…평범한 가수가 방향성”

신보 ‘어떤 무엇도 아닌’ 발매…”목소리 부각하려 악기 연주 최소화”

“어떤 인물로 기억되고 싶지 않아…저만의 마스터피스 만들고 싶죠”

정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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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저는 소위 말해 연예인 팔자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운 좋게 스타의 맛을 보기도 했지만, 결국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은 평범한 사람이란 결론을 내렸어요. ‘주제 파악’을 하게 된 거죠.”

정준일(41)에게 지금까지의 음악 생활은 ‘평범한 가수’가 되고 싶다는 방향을 찾기 위해 보낸 시간이었다.

생계를 위해 음악에 매달렸던 20대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를 꿈꿨던 30대를 떠나보낸 뒤, 그는 비로소 자신은 부자도 스타도 아닌 음악가가 되기를 바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준일이 지난 18일 발매한 앨범 ‘어떤 무엇도 아닌’에는 그의 이러한 생각이 녹아있다. 그는 이번 앨범에서 특정한 목표를 좇거나 다른 가수의 음악을 레퍼런스(참고)로 삼는 일 없이 자신의 온전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데 집중했다.

정준일 ‘어떤 무엇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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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일은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신보는 나만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을 구체화한 앨범”이라며 “제 목소리가 가진 좋은 점을 부각하기 위해 열창하는 부분을 줄이고, 악기 연주와 멜로디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어떤 무엇도 아닌’은 타이틀곡 ‘러브 어게인'(Love Again)을 포함해 영화 ‘미드소마’에서 영감을 얻은 노래 ‘룬'(Rune) 등 6곡을 담고 있다. 만남과 이별 속에서 떠오른 생각을 특유의 감성적인 목소리로 진솔하게 풀어냈다.

타이틀곡은 그의 대표곡 ‘안아줘’를 제작한 스태프와 호흡을 맞춰 당시의 분위기를 살리면서 새로운 느낌을 줬다.

정준일은 “‘안아줘’의 구성과 비슷하지마 브릿지를 빼고 미니멀하게 완성했다”며 “예전 곡을 답습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도 했는데 ‘안아줘’의 분위기도 결국 나만 할 수 있는 음악이란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룬’에 관해서는 “‘미드소마’ 속 인물들은 일종의 윤회를 믿기에 사람이 죽어도 슬퍼하는 일 없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남들 시선과 관계없이 그들에게는 그것이 진리처럼 여겨진다. 어쩌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도 맹목적인 믿음과 닮아있겠다는 생각에서 곡을 썼다”고 말했다.

정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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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앨범에서는 성숙한 사람으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안아줘’에서 ‘네가 멀어지면 내가 한 걸음 더 다가가겠다’고 말했던 그는 ‘러브 어게인’에서 한발짝 떨어져 ‘언제라도 돌아오면 되니 빛나는 사람이 되겠다’고 노래한다.

정준일은 “누군가를 헤아릴 수 있게 된 지가 최근의 일”이라며 “20∼30대에는 연애도, 일도 나밖에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나이가 들며 더 잘 이별하는 법을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가사도 달라졌다”고 돌아봤다.

평범한 가수가 되고 싶다는 방향성도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다.

그는 대중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는다고 느끼던 시기가 자신에게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돌아봤다. 특히 2017년 4천석 규모 공연장에서 대형 오케스트라를 동원한 연말 콘서트를 개최한 뒤 이유 모를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했다.

정준일은 “대중의 사랑만을 바랐던 시기였다”며 “당시는 공연장을 키우고 양적인 성장을 이룰 생각만 했지, 왜 그래야 하는지 깨닫지를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음악을 감정적으로 대하기보다 철저하게 계산된 작업으로 대하고 있다”며 “음악으로 성공하겠다는 마음을 먹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음악을 그저 하던 대로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고 밝혔다.

가수 정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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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일은 2009년 밴드 메이트로 데뷔해 올해로 활동 15주년을 맞았다.

10월에 있을 콘서트를 준비하는 한편 새로운 음악을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지금보다 더 나은 음악을 만드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아직 저만의 마스터피스(걸작)를 만들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운과 기회가 있으면 만족할 만한 작품을 만들 때까지 노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는 어떤 작업물로, 특정한 인물로 기억되는 것도 필요 없어요. 좋은 기회가 온다면 더 나은 방식으로 음악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그것이 제 주제 파악의 결과물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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