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축제 ‘해브 어 나이스 트립’ 헤드라이너로 8년 만 내한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오늘 여기에 있을 수 있어서 참 좋네요. 여러분 오랜만이에요. 제 머리 색깔이 바뀐 지도 오래됐죠. 하하.” (트래비스 프란 힐리)
올여름 불쾌지수 상승을 유발하는 이 모든 것들을 잊고 폭포수처럼 시원한 음악의 바다로 ‘풍덩’ 빠질 수 있는 휴가 같은 음악 축제가 마련됐다.
바로 27∼2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여름 대표 실내 음악 축제 ‘해브 어 나이스 트립 2024′(Have A Nice Trip 2024)에서다.
행사 첫날인 27일 메인 무대 ‘선셋 스테이지’의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로는 ‘해브 어 나이스 트립 2024’로 8년 만에 한국을 찾은 영국 밴드 트래비스가 나섰다.
트래비스는 프란 힐리(보컬), 앤디 던롭(기타), 더기 페인(베이스), 닐 프림로즈(드럼)로 구성된 4인조 밴드다. 1997년 1집 ‘굿 필링'(Good Feeling)으로 데뷔한 이래 브릿팝의 대표 주자로 활약하며 콜드플레이, 스노패트롤, 킨 등 여러 유명 밴드에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2집 ‘더 맨 후'(The Man Who)로 영국 최고의 권위를 지닌 ‘브릿 어워즈’에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는 등 대중적 인기와 음악성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트래비스는 이날 대표곡과 올해 발표한 신곡을 두루 들려주며 오랜 기간 기다려 온 한국 팬들을 기쁘게 했다.
이들은 특히 2009년 내한 당시 한국 관객이 준비한 종이비행기 이벤트에 감명받아 이후 꾸준히 한국을 찾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트래비스가 이날 선보인 대표곡 ‘클로저'(Closer)와 ‘라이팅 투 리치 유'(Writing To Reach You)에서는 브릿팝 특유의 서정과 우수가 여전히 묻어났고, 주황색 머리가 돋보이는 보컬 프란 힐리의 따뜻한 보컬은 더욱 정겹게 들렸다.
트래비스가 최근 발표한 신보 ‘L.A. 타임스'(L.A. Times)에 수록된 ‘레이즈 더 바'(Raze the Bar) 같은 노래에서는 앨범명처럼 도회적인 세련미가 느껴졌다.
데뷔 27년을 맞는 트래비스는 1990년대와 달리 이마의 주름이 깊어졌지만, 가사에 담긴 철학과 감성 역시 그윽하게 깊어져 팬들을 환호케 했다.
프란 힐리는 또 다른 신보 수록곡 ‘얼라이브'(Alive)를 부르기에 앞서 “이 노래는 우리가 그 무엇보다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관한 것”이라며 “바로 우리가 이 행성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빅뱅이 일어나고 40억년이 지나 여러분이 태어났고, 이후 당신이 죽으면 영겁의 시간이 흘러간다”며 “우리가 여기에 있는 것은 그저 찰나다. 그래서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트래비스는 한국 팬에게도 익숙한 대표곡 ‘클로저’를 부르기 전에는 “여기 와 있지 않은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해 달라”며 “그 사람이 떠올랐다면 휴대전화 플래시 라이트를 켜 달라”고 당부했다.
곧이어 공연장 장내는 하얀 은하수 같은 불빛으로 물들었고, ‘클로저’ 무대 도중에는 15년 전처럼 종이비행기 이벤트가 다시 펼쳐졌다. 팬들이 날려 보낸 종이비행기에 멤버들은 감격한 듯한 표정으로 “정말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해브 어 나이스 트립’은 공연명처럼 한여름 음악으로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로 마련됐다.
첫날 공연에서는 트래비스 외에 키스오브라이프, 하현상, 홍이삭, 윌 하이드, 알렉 벤저민 등이 무대에 섰다. 다음 날인 28일에는 삼파, 킹 크룰, 적재, 설(SURL), 권진아 등이 출연한다.
공연장에는 중간중간 쉴 수 있는 휴양지 느낌의 휴식존, 다양한 메뉴를 갖춘 식음료 부스, 포토존 등이 마련돼 관객을 맞이했다. 솔루션스, 설, 주니(JUNNY) 등이 참여하는 팬 사인회도 열렸다.
관객들은 공연장과 널찍한 휴식 공간을 오가며 여유롭게 음악에 몸을 맡겼다. 손을 흔들거나 고개를 ‘까딱까딱’하는 수준을 넘어 온몸을을 흔들며 리듬을 즐기는 관객도 눈에 띄었다.
휴양지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듯 시원한 맥주와 안줏거리를 사 와 휴식존에서 맛보는 이들도 많았다.
서울 관악구에서 친구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직장인 양예희(27)씨는 “음악 페스티벌을 오늘 처음 와 봤는데, 쾌적한 실내 환경에서 여러 아티스트를 한 번에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여름이라 밖에는 더운데, 실내에서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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