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BTS 입었던 옷만 봐도 좋아요”…LA 그래미박물관 몰려든 팬들

유서 깊은 그래미 뮤지엄 한층 전체에 하이브 스타들 무대의상 등 전시

개막일 문 열기 전부터 땡볕 아래 수십명 대기…멕시코 팬 비행기 타고 찾아오기도

BTS의 팬인 멕시코 소녀 레베카 가르자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그래미 뮤지엄(박물관)에서 ‘하이브: 위 빌리브 인 뮤직'(HYBE: We Believe In Music) 전시회 관람 중인 멕시코 소녀 레베카 가르자(17). 그는 BTS의 무대 의상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부모를 졸라 멕시코에서 LA로 여행을 왔다고 말했다. 2024.8.3 mina@yna.co.kr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2일(현지시간) 오전 10시 30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내에 있는 그래미 뮤지엄(박물관) 입구 앞에는 수십명이 줄을 서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그래미 박물관에서 개막하는 ‘하이브: 위 빌리브 인 뮤직'(HYBE: We Believe In Music) 전시회를 보러 온 사람들이었다.

이 전시는 그래미 박물관 측과 하이브가 함께 기획한 것으로, 방탄소년단(BTS)과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르세라핌 등 하이브 레이블 소속 스타들의 무대 의상과 콘셉트 사진 등을 선보이는 자리다.

그래미 뮤지엄은 세계 최고 권위의 음악 시상식으로 꼽히는 그래미 어워즈와 관련된 기록물을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이곳에서 이런 대규모 K팝 전시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회 관람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한여름 뜨겁기로 유명한 LA의 땡볕 아래 그늘 한 점 없는 보도를 따라 이어진 대기 줄에는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이 몰려들어 모두 80여명은 족히 되는 듯 보였다.

동갑내기 친구인 셰리 벵슨(38)과 비키 세(38)는 캘리포니아주의 다른 도시에서 차를 몰고 새벽부터 장거리 여행을 왔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 새너제이와 샌루이스오비스포에서 출발해 각각 5시간 반, 4시간이 걸렸다.

엔하이픈 팬인 미국인 셰리 벵슨(38)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그룹 엔하이픈 팬인 미국인 셰리 벵슨(38)이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그래미 뮤지엄(박물관)에서 개막한 ‘하이브: 위 빌리브 인 뮤직'(HYBE: We Believe In Music) 전시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8.3 mina@yna.co.kr

이들은 “아직 전시를 보지 못했지만, 하이브 아티스트들의 의상과 소품이 전시된다고 들었다”며 “그들의 옷을 가까이서 보고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 신난다”고 말했다.

이들은 BTS를 비롯해 K팝 스타들을 두루두루 좋아하는데, 요즘에는 엔하이픈과 세븐틴에 특히 빠져 있다고 했다.

이들이 처음 만나 친구가 된 것도 2021년 K팝 콘서트 현장에서였고, 이후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K팝 행사에 함께 다니고 있다. 지난달 26∼28일 LA에서 열린 K팝 콘서트 ‘케이콘(KCON) 2024’에도 사흘간 함께 있었다.

이들은 “우리에겐 (K팝을 즐기는 것 말고는) 다른 취미가 없다”면서 웃었다.

미국의 팝 음악도 이렇게 좋아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벵슨은 “미국 아티스트 중에는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며 “K팝은 내게 일종의 커뮤니티를 만들어줬고, 나는 이것을 평생 이어질 우정으로 느낀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라고 답했다.

벵슨은 또 BTS 이후에 나온 K팝 그룹들도 노래와 춤에서 모두 뛰어난 역량을 지녔다고 평가하면서 “엔하이픈은 팬들에게 굉장히 재미있고 행복한 것들을 자주 보여줘서 좋다”고 했다.

어머니와 함께 박물관을 찾은 K팝 팬 시드니 라미레스(21)는 가장 좋아하는 그룹으로 앤팀(&Team)을 꼽으며 “이 전시회에 그들의 소품이 전시된다는 소식을 듣고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기본적으로 그들에 관한 것은 무엇이든 알고 싶다는 생각으로 왔다. 그들의 소품을 보는 것이 무척 기대된다”고 말했다.

LA 그래미 뮤지엄에 전시된 BTS 멤버들의 폴라로이드 사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그래미 뮤지엄(박물관)에서 개막한 ‘하이브: 위 빌리브 인 뮤직'(HYBE: We Believe In Music) 전시회에서 한 관람객이 동영상을 찍고 있다. 2024.8.3 mina@yna.co.kr

개관 시간인 11시가 지나자 박물관 측은 문을 열고 보안을 위한 가방·소지품 검사를 한 뒤 방문객들을 한 명 한 명 입장시켰다.

티켓은 사전에 예매해야 하는데, 기본 입장료에 전시 관람료, 수수료를 더하면 1인당 총 37달러(약 5만원)다.

관람객들은 전시회가 열리는 박물관 3층으로 올라가 전시된 물품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각자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과 영상을 찍는 데 몰두하기도 했다.

BTS의 무대 의상과 과거에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전시한 공간 앞에는 관람객들이 특히 몰렸다. BTS 멤버들의 얼굴이 담긴 수십장의 사진을 모두 담기 위해 주변을 빙 돌며 동영상을 찍는 팬들이 많았다.

또 마치 실제 무대 위에 있는 것처럼 중앙 단상 위 마네킹에 전시된 세븐틴의 공연 의상도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팬들은 이 의상 앞에서 행복한 얼굴로 셀카를 찍었다.

그래미 뮤지엄에 전시된 그룹 세븐틴의 의상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그래미 뮤지엄(박물관)에서 개막한 ‘하이브: 위 빌리브 인 뮤직'(HYBE: We Believe In Music) 전시회에서 한 관람객이 그룹 세븐틴의 의상을 촬영하고 있다. 2024.8.3 mina@yna.co.kr

전시장 한쪽에는 ‘최애 멤버’의 이름을 쓰거나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을 직접 써서 붙이는 코너도 마련돼 있었다.

이 곳에서 만난 레베카 가르자(17)는 영어로 “나는 그를 많이 그리워하고, 그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영어를 배우고 있다. 그는 내 삶의 모든 것에 동기를 부여하는 사람”이라고 쓴 포스트잇을 게시판에 붙이고 있었다. ‘BTS 지민’을 생각하고 쓴 글이라고 했다.

멕시코 중서부 도시 쿨리아칸에 사는 가르자는 이 전시를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LA에 왔다고 했다. 이달 말인 자신의 생일 선물로 이 전시를 꼭 보고 싶다고 부모를 졸라 함께 여행을 온 것이다.

가르자가 BTS에 푹 빠지게 된 것은 4년 전인 13세 때부터였다. BTS를 먼저 좋아하던 친구를 따라 관심을 갖게 됐고 특히 지민에게 끌렸다. 2022년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BTS 콘서트에 가려 했지만, 티켓이 순식간에 매진되는 바람에 가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가르자는 “언젠가 BTS 콘서트를 직접 관람하고, 한국에도 가 보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가르자 외에도 많은 관람객이 스타에게 보내는 메시지 게시판 앞에 앉아 진지한 얼굴로 메모를 썼다.

게시판에는 한글로 서툴게 쓴 스타의 이름과 함께 영어로 “아이 러브 유!”(I love you)라고 쓴 메시지도 여럿 있었다.

이 전시는 오는 9월 15일까지 열린다.

그래미 뮤지엄에서 좋아하는 K팝 스타를 생각하며 메시지를 쓰는 팬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그래미 뮤지엄(박물관)에서 개막한 ‘하이브: 위 빌리브 인 뮤직'(HYBE: We Believe In Music) 전시회에서 K팝 팬들이 좋아하는 스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종이에 써 붙이고 있다. 2024.8.3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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