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훈 “독기 버리고 유연해지자 다짐…욕심부리지 않으려고요”

‘화인가 스캔들’서 경호원 서도윤 역…”미션 같은 대사들, 최선을 다해 소화”

“제 몫은 이미 충분해 해낸 것 같아…내려놓는 법 터득했죠”

가수 겸 배우 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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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독하게 버틴 덕분에 여기까지 왔지만, 독기 품고 사는 게 스스로 목을 조르는 느낌이었어요. 어릴 적에는 목표했던 성과를 못 내면, 그 모든 노력을 억울해할 정도로 욕심이 많았었죠.”

1998년 가수로 데뷔해 비라는 예명으로 활동해 온 정지훈은 갖은 고생과 노력 끝에 2000년대 솔로 댄스가수로 정상을 찍었고, 아이돌이 주축이 된 K팝 부흥기 이전에 할리우드 영화에 진출하며 ‘월드 스타’로 우뚝 섰다.

이후로도 꾸준히 무대와 TV를 오가며 가수와 배우로서의 활동을 이어온 정지훈이 최근에는 글로벌 OTT 디즈니+의 새 시리즈 ‘화인가 스캔들’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최종회 공개를 기념해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마주 앉은 정지훈은 “이번 작품의 성과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며 “더 이상 과한 욕심은 부리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어렸을 때의 독기를 내려놓고, 유연해지자고 다짐하면서 성격이 많이 바뀐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가수 겸 배우 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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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은 “과거에는 순위나 흥행 성적에 지나치게 연연했는데, 지금은 그저 제가 설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물불 안 가리고 다양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화인가 스캔들’은 재벌그룹인 화인그룹의 며느리이자 전직 골프 선수인 주인공 오완수(김하늘)와 그의 경호원 서도윤(정지훈)의 이야기를 다룬 로맨스물이다.

정지훈은 친구의 죽음을 조사하던 중 그 배후에 화인가가 있는 정황을 포착하고 화인가의 경호원으로 들어가 진상을 파헤치는 경찰 출신 경호원 서도윤을 연기했다.

정지훈은 “이전에는 주로 코믹한 모습이 섞인 캐릭터를 많이 맡았는데, 서도윤은 제가 여태껏 해온 캐릭터와 상반되는 느낌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작품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숙제 같은 대사들이 몇 개 있었는데, 최대한 작가님이 쓰신 대사를 존중하면서 ‘저 정도면 훌륭하게 잘 해냈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김하늘 선배님과 머리 맞대고 고민했다”고 돌아봤다.

드라마 ‘화인가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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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랑 잘래?’, ‘당신 내 여자 할래요?’, ‘당신이 내 남자를 해요.’ 이 세 가지가 저희에게는 미션과도 같았어요. 오그라드는 느낌도 있었지만, 최대한 시선 처리를 멋있으면서도 자극적으로 하기 위해 고민했죠. 저도 대사를 할 때 (민망해서) 웃음이 터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매우 진지하게 촬영했습니다.”

가난한 가정 출신 며느리와 재벌가 시어머니의 갈등, 남편의 불륜, 의문의 살해 위협 등 ‘매운맛’을 강조한 전개를 내세운 ‘화인가 스캔들’은 ‘막장 드라마 같다’는 평을 받기도 했지만, 주목할 만한 글로벌 흥행 성적을 거뒀다.

OTT 플랫폼 내 콘텐츠의 시청 순위를 집계하는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화인가 스캔들’은 지난달 26일 기준 한국을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대만 4개국에서 디즈니+ TV쇼 부문 1위에 올랐다.

정지훈은 “작품에 대한 평가는 시청자들의 판단에 맡길 일이라고 생각했고, 배우인 저는 작가님이 써주신 대본을 최선을 다해서 연기로 보여드리는 게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짚었다.

가수 겸 배우 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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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여러 반응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주변에서 오랜만에 작품 관련된 연락을 많이 받아서 시청자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수로 데뷔해 히트곡 ‘태양을 피하는 방법’, ‘레이니즘’, 널 붙잡을 노래’, ‘이츠 레이닝’ 등을 낸 정지훈은 2003년 드라마 ‘상두야, 학교가자’로 연기 활동을 시작해 미국 영화 ‘스피드 레이서’, ‘닌자 어쌔신’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정지훈은 “예전에 저는 무조건 잘 되고 싶어 했고, 욕심이 많았었다”며 “대중에게는 단편적인 모습만 보였겠지만, 노래를 냈는데 1위를 못 찍으면 자다가 공황 발작이 올 정도로 괴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20년이 넘도록 활동해본 결과, 목표를 세우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 목표를 못 이룰 때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스스로를 많이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은 내려놓는 법을 터득했다는 점”이라고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결혼하고 훨씬 안정적으로 일하고 있는데 제게 첫 번째 목표는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고, 두 번째 목표는 제가 해낼 수 있는 선에서 제 모습을 잘 보여드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 제 몫은 이미 충분히 해낸 것 같아요. 가요계에서는 뛰어난 후배들이 활약하고 있고, 방송 쪽에서는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능력 있는 후배들이 많기 때문에 저는 욕심 부리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열심히 해낼 겁니다.”

가수 겸 배우 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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