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민족공동체 의식 강화가 가장 중요”…시진핑 집권 후 ‘민족 통합’ 중시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이 티베트를 포함한 소수민족 예술가들에게 공산당 정체성 부각을 강요하는 있다고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 국가민족사무위원회의 판웨(潘岳) 주임(장관급)은 지난달 소수민족 문학상 시상식 연설에서 일부 작품의 경우 민족 정체성이 결여돼 있다고 비판했다.
공산당 정책에 따라 중국 내 소수민족의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출범한 국무원 산하 부처 국가민족사무위 주임의 이런 발언은 해당 기관 존재 취지와는 배치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족 이외에 5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에선 2012년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소수민족에 대한 홀대로 한족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현재 한족 비율은 92%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 주임은 티베트 불교의 종교적 신앙이 순례에 나선 티베트 목동들의 물질·정신 세계를 어떻게 형성하는 지를 다룬 영화를 사례로 들면서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목동들은 공산당이 순례길을 건설하고 포탈라궁과 수천개의 사찰을 수리했으며 티베트 불교 경전을 편찬한 사실을 몰랐나?”라고 반문하며 “영적인 세계에만 초점을 맞췄고 (배경인) 그 지역의 인프라를 공산당이 건설한 공로는 인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판 주임은 이어 “최근 몇 년 새 소수민족의 예술 작품들이 서구 이론에 휩쓸려 흔들리는 불안한 추세를 관찰했다”고 비판했다.
이런 언급에 비춰볼 때 해당 영화는 한족인 장양 감독이 티베트어로 제작한 ‘영혼의 순례길'(Paths of the soul)이라고 SCMP는 전했다.
이 영화는 티베트 불교 신자들이 성지 라싸와 성산 카일라스 산을 찾아 ‘삼보일배’를 하며 가는 1년에 걸친 2천500㎞의 여정을 담은 2015년 로드 다큐멘터리로 한국에서도 상영된 바 있다. 중국에서 개봉한 티베트어 영화 중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판 주임은 특히 “소수 민족 문학 작품을 평가하는 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중국 민족의 공동체 의식 강화에 기여하는 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티베트어로 글을 쓸 때 티베트의 독특함을 강조하는 건 허용되지만, 티베트를 (중국 본토와 이격된) 히말라야 문화권으로 묘사해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판 주임은 또 “서구에선 만주족·몽골족·티베트족·회족이 중국이라는 국가의 일부가 아니라고 주장을 하고 있으며 윈난·구이저우성과 광시좡족자치구 등의 남서부가 역사적으로 중국에 영유 되지 않았던 땅으로 중국에 반항한다는 인식을 퍼트리고 있다”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소수민족 예술가들에게 “대안을 마련해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중국 민족의 진실한 얘기는 허위 사실에 영원히 가려질 수 있다”며 “소수민족 개별적 역사와 공산당이 장려하는 민족 서사 모두에 만족하는 얘기를 만들어달라”고 강조했다.
앞서 판 주임을 편집장으로 중국 학자 10명이 나서 지난 3월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에 초점을 맞춰 민족 통합을 강조한 ‘중국 국가를 위한 공동체 입문’을 발간했으며, 이는 중국 내 대학 필수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은 시 주석이 중국의 민족 통합정책을 강조하면서 2014년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다.
중국 당국은 작년 10월엔 학교, 공직사회, 기업, 종교단체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애국 교육을 강화하라는 내용을 담은 ‘중화인민공화국 애국주의 교육법'(이하 애국주의 교육법)을 제정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2020년부터 소수민족 거주 지역 수업을 중국 표준어인 푸퉁화(만다린)로 통일하고 교과서도 일원화해왔다. 그 이전에 소수민족 지역 소학교(초등학교)에서는 해당 민족 문자의 교과서와 말로 했던 수업은 폐지됐다. 티베트는 물론 이슬람권인 신장위구르 자치구도 ‘중국화’가 급속히 진행돼왔다.
연변자치주의 경우 2022년 ‘조선 언어문자 공작 조례 실시세칙’이 공포·시행됐다. 한문(漢文)을 우선하여 표기하도록 명시해 이에 맞지 않는 현판과 광고판은 교체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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