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흥행 중 ‘행복의 나라’ 개봉…우직한 변호사 역
“못 해본 장르 갈증 커…상대역 이선균, 눈만 봐도 알던 사이”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영화 ‘파일럿’에서 여장남자 역할로 큰 웃음을 안기고 있는 배우 조정석이 우직한 변호사 캐릭터로 변신한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추창민 감독의 신작 ‘행복의 나라’에서다.
조정석은 이 작품에서 누적 관객 수 312만명을 기록하며 흥행 중인 ‘파일럿’에서와는 180도 다른 연기를 선보인다. 주특기인 코믹함과 유쾌함을 벗어던지고, 법정 안팎에서 의뢰인을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너무 기뻐요. 제 연기 인생에 이런 순간이 또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과분한 일이지 않나 싶어요.”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정석은 두 영화를 연달아 내놓게 된 소감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파일럿’와 ‘행복의 나라’가 2주 간격으로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믿기지 않아 “진짜냐고 묻고 또 물었다”고 돌아봤다.
“이달 말에는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신인가수 조정석’까지 공개돼요. 한 달 동안 제가 주연인 콘텐츠 3개가 공개되는 셈이지요. 한 지인이 ‘셋 다 망하면 어떡하냐’고 겁을 주더라고요. 부담이 많이 되는 건 사실이에요.”
‘파일럿’의 흥행 덕에 한시름 놓게 됐다는 조정석은 ‘행복의 나라’로 자신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천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로 유명한 추 감독이 연출한 ‘행복의 나라’는 10·26 사건에 연루된 김재규의 부하이자 군인 박태주(이선균 분)와 그의 변호인 정인후의 이야기다.
정인후 역을 맡은 조정석은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을 모티프로 한 인물인 전상두(유재명)의 방해 공작에도 단호한 태도로 법정 공방을 벌이며 극의 중심을 이끈다.
조정석은 이 역할이 “또 다른 기회이자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왔다”고 강조했다.
“많은 분이 저에게 코믹하고 유쾌한 서민 캐릭터를 기대하신다는 걸 알아요. 장르로는 코미디나 로맨틱 코미디를 원하시지요. ‘행복의 나라’ 정인후 같은 역을 제안받으면 ‘이건 많이 찾아오지 않는 기회다’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어요. 해보지 못한 장르에 대한 갈증이 늘 있거든요.”
정인후는 처음엔 승소를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인물로 묘사되지만, 박태주는 물론 그의 가족과 연을 맺으며 점차 이들을 지키려는 마음이 커진다. 부정의에 맞서야 한다는 시민 의식도 깨어난다.
조정석은 “그 시대를 살았던 모든 사람을 대변하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며 “‘행복의 나라’는 한 사람을 살리려는 정인후를 보여주며 인간의 존엄성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조정석에게 ‘행복의 나라’가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이 영화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이선균의 마지막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선균은 조정석과 함께 연기해보고 싶은 마음에 박태주 역 캐스팅을 수락했다고 한다.
조정석은 “선균이 형과는 눈만 봐도 (뭘 해야 할지) 알 수 있는 사이였다”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기를 해보자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다음 장면을 촬영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선균이 ‘행복의 나라’를 봤다면 “고생 많았다고 얘기해줬을 것 같다”면서 “배우 이선균을 더 많은 작품에서 보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다”며 씁쓸해했다.
“선균이 형의 필모그래피에서 이렇게 묵직한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촬영 때도 형이 이 역할을 해서 팬으로서 너무 좋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어요. 박태주로 분장하고 딱 나왔을 때도 형의 새로운 얼굴을 봐서 되게 좋았어요.”
조정석은 신작을 선보일 때마다 좀처럼 흥행에 대한 욕심을 내비치지 않는 배우지만, ‘행복의 나라’만큼은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영화의 만듦새 자체가 좋은 작품이잖아요. 조정석이 이 영화에서 뭘 어떻게 했다는 평가보다 ‘웰메이드’라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오랜만에 영화다운 영화를 봤다는 평을 최근 들었는데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 이런 ‘영화적인 영화’는 극장에서 봐주셔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ramb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