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기만 한 여자 주인공보단 자유의지 강한 캐릭터에 끌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오는 28일 개봉하는 장건재 감독의 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한국에서 사는 데 지쳐 새 삶을 찾아 뉴질랜드로 떠나는 젊은 직장인 계나(고아성 분)의 이야기다.
한국 사회의 부조리에서 벗어나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대목이 많은 작품이다.
“직장생활을 수년쯤 하면서 지쳐 버린 청춘을 표현할 기회라고 생각돼 꼭 하고 싶었습니다.”
2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고아성(32)은 계나 역에 캐스팅됐을 때를 돌아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이 싫어서’는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고아성은 시나리오가 도착하기도 전에 서점을 찾아가 원작 소설을 단숨에 다 읽었다고 한다.
“계나가 단순한 피해자나 착하고 이타적이기만 한 여자 주인공이 아니란 점이 좋았어요. 자존심이 세고, 그래서 무너지기도 하는 캐릭터였죠. 그런 점을 영화에서 꼭 살려내고 싶었습니다.”
‘한국이 싫어서’는 시간순으로 이야기를 펼쳐내지 않고, 계나의 한국 생활과 뉴질랜드 생활을 교차하면서 보여준다. 영화 속 한국은 겨울이고, 뉴질랜드는 여름이다.
고아성은 “한국에서 위축된 계나의 모습과 뉴질랜드에서 한층 자유분방해진 모습이 잘 대비되도록 연기했다”고 말했다.
‘한국이 싫어서’는 한국을 떠나는 게 맞는 것인지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관객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스스로 질문하게 된다.
한국의 직장에서 온갖 부조리를 겪는 계나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020)에서 고아성이 연기한 자영을 떠올리게 한다. 자영이 직장에 남아 부조리와 싸워나간다면, 계나는 직장뿐 아니라 고국마저 떠난다는 게 차이점이다.
“돌이켜보면 사회적 메시지가 짙거나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지는 작품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제가 그런 작품에 매력을 느끼고, (계나나 자영처럼) 자유의지가 강한 인물에게 끌리는 듯합니다.”
‘한국이 싫어서’는 지난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고아성은 관객의 리뷰를 하나하나 읽으면서 개봉을 기다렸다고 한다.
그 중엔 “고아성의 영화는 믿고 본다. 그가 좋아서라기보다는 귀신같이 내 취향의 영화를 골라내기 때문”이라는 리뷰도 있었다. 그 글이 너무 재밌었다는 고아성은 “그 분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생겼다”며 웃었다.
열두 살인 2004년 아역배우로 출발한 고아성은 올해로 데뷔 20년을 맞았다. 그의 첫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이다. 어린 시절부터 30대에 접어든 지금까지 성장하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준 셈이다.
고아성은 자기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본 관객들에 대한 믿음이 있다고 했다. 그는 “많은 분이 저를 어릴 적부터 봐주셨기 때문에 든든한 마음이 있다”며 “그럴수록 그분들께 실망을 안기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예전엔 다양한 데 관심이 많았다. 옷도 잘 입고 싶고,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공유하고 싶기도 했다”며 “요즘은 작품이 최우선인 배우의 길을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고아성은 이종필 감독의 멜로 ‘파반느’를 촬영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작품을 위해 체중을 10㎏이나 불렸다는 그는 “지금 제 모습에 자신이 없지만, (‘한국이 싫어서’를) 열심히 홍보할 것”이라며 웃었다.
고아성은 ‘한국이 싫어서’에 대해 “많은 분에게 공감을 주고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는 영화로 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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