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늘봄가든’·’바리데기’…할리우드 ‘스트레인저스’·’이매지너리’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폭염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아 답답한 요즘, 시원한 극장에서 오싹한 공포영화를 보면서 잠시라도 무더위를 잊어본다면 어떨까.
8월 말∼9월 초 극장가에서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공포영화가 줄줄이 개봉하면서 흥행 경쟁에 나선다.
◇ 한국 공포영화는 오컬트 강세…옴니버스도 두 편
한국 영화 중에선 악령과 같은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 오컬트물이 눈에 띈다.
지난 21일 개봉한 ‘늘봄가든’과 다음 달 4일 개봉 예정인 ‘바리데기’가 대표적이다.
구태진 감독의 ‘늘봄가든’은 국내 3대 흉가로 꼽혀 괴담의 진원지가 된 장소를 모티브로 한다는 점에서 정범식 감독의 ‘곤지암'(2018)을 떠올리게 한다.
충격적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소희(조윤희 분)가 남편의 유산인 늘봄가든이라는 이름의 전원주택으로 이사하면서 섬뜩한 체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소희가 늘봄가든의 미스터리 속으로 한 걸음씩 들어가면서 남편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이 하나둘 풀려간다.
주인공 소희 역의 조윤희와 소희의 언니 혜란을 연기한 김주령의 연기가 돋보인다. 김주령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2021)에서 미녀 역을 맡아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은 배우다.
다만 ‘곤지암’과 달리 이야기가 시공간적으로 넓게 펼쳐지면서 늘봄가든이라는 공간 자체가 불러일으키는 공포감을 극대화하지는 못한 느낌이다.
이세원 감독이 연출한 ‘바리데기’는 장기 매매를 해온 병학(지대한)의 가족이 잇달아 기이한 죽음을 맞자 무당(공정환)이 살아있는 제물을 바치는 굿을 제안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바리데기’도 오컬트지만, 샤머니즘을 본격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늘봄가든’과는 차이를 보인다. 무속인의 도움을 받아 굿을 실제와 가깝게 재현했다고 한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둠벙’과 다음 달 4일 개봉 예정인 ‘기기묘묘 2’는 몇 편의 짤막한 이야기를 엮은 옴니버스 영화다.
이동주 감독의 ‘둠벙’은 물웅덩이를 가리키는 둠벙을 소재로 세 편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월척을 기대하며 충북 영동의 둠벙을 찾은 낚시꾼 병진(이종윤), 둠벙 근처에 이사 온 실직 청년 혁수(윤경호), 둠벙의 수질 조사에 나선 대학원생 윤주(최예은)의 이야기다.
세 편은 각각 독립적이지만, 공간적 배경이 같은 데다 한 이야기 속 인물이 다른 이야기에도 등장하는 등 느슨하게 이어져 있다. ‘둠벙’은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됐다.
‘기기묘묘'(2022)의 속편 격인 ‘기기묘묘 2’는 각기 다른 감독이 연출한 단편 다섯 편을 모았다. 그래서인지 ‘둠벙’보다 이야기 각각의 독립성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첫 번째 에피소드인 정경렬 감독의 ‘블랙박스’는 캄캄한 밤에 차들이 오가지 않는 도로를 달리는 택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택시가 목적지에서 벗어나 이상한 곳으로 가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불안과 공포를 자극한다.
◇ 할리우드 영화는 호러테이닝…공포와 가벼운 재미 결합
오는 28일 동시에 개봉하는 할리우드 공포영화 ‘스트레인저스: 챕터 1’과 ‘이매지너리’는 호러테이닝을 표방한다.
호러테이닝은 호러와 엔터테이닝의 합성어로, 무서운 것만 좇기보다는 유머와 같은 가벼운 요소를 가미한 공포영화를 가리킨다.
‘다이 하드 2′(1990)와 ‘클리프행어'(1993)의 레니 할린 감독이 연출한 ‘스트레인저스: 챕터 1’은 자동차로 여행에 나선 젊은 커플이 오리건주의 숲속 오두막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겪는 끔찍한 사건을 그렸다.
낯설고 외딴곳에 도착한 이방인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느낄 법한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단순한 구조를 띠고 있어 누구나 쉽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다만 세 편으로 기획 중인 공포영화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탓인지 이야기가 완결되지 못하고 몇 가지 의문을 남기는 점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호러 명가로 불리는 제작사 블룸하우스의 ‘이매지너리’는 어린아이가 상상 속 친구와 대화하는 현상을 소재로 했다.
지하실에서 발견된 귀여운 곰 인형이 상상 속 친구가 되고, 여기에 악령이 끼어들면서 무서운 사건이 벌어진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려내면서 공포를 엮어낸 연출력이 돋보인다.
올해 하반기 기대작 중 한 편으로 다음 달 4일 개봉하는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코믹 공포영화다.
‘비틀쥬스'(1988)의 속편으로, 마이클 키튼, 위노나 라이더, 캐서린 오하라, 모니카 벨루치, 윌렘 대포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연한다. 1편을 연출한 팀 버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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