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병 서울대 명예교수, ‘청한잡저 2’ 등 연구한 책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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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소설집 ‘금오신화’를 쓴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은 여러모로 독특한 삶을 살았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시를 잘 짓는 신동’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러나 20대 초반 수양대군(훗날 세조)의 왕위 찬탈 소식을 듣고는 사흘 동안 방 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다가 통곡하고 책을 불살라 버린다.
미친 시늉을 하며 측간에 빠졌다가 달아나기도 했다고 한다. 이후 머리를 깎고 전국 각지를 방랑하면서 탁월한 문장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과거 공부를 하던 선비에서 승려의 삶으로 나아간 김시습을 어떤 사상가로 봐야 할까.
고전문학자인 박희병 서울대 명예교수가 최근 펴낸 ‘김시습, 불교를 말하다'(돌베개)는 김시습이 남긴 불교 저술을 토대로 그의 사상을 분석한 책이다.
박 교수는 김시습을 “한국 문학사와 사상사에서 대단히 문제적인 인물”이라고 본다.
“그는 평생 유교와 불교를 넘나들며 사상을 모색했던바, 이 점에서 대체로 둘 중 어느 하나에 속한 채 사상 행위를 했던 전통 시대의 여느 사상가와 구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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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여러 저술 가운데 불교에 대한 담론 두 종에 주목한다.
김시습의 문집인 ‘매월당집'(梅月堂集)에 ‘잡저’라는 이름으로 실린 ‘청한잡저(淸寒雜著) 2’, 최근 일본에서 존재가 알려진 ‘임천가화'(林泉佳話)가 그것이다.
박 교수는 책에서 두 글을 번역하고 주석을 붙인 뒤, 그 성격을 상세히 밝힌다.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청한잡저 2’는 불교란 무엇인지, 불교의 사회·정치적 효용은 무엇인지 등을 논한 글이다. 불교에 대한 김시습의 생각이 담긴 셈이다.
박 교수는 특히 불교의 관점에서 군주란 어떠해야 하는지 짚은 부분을 강조했다.
그는 “(김시습은) 마음을 밝히고 욕심을 줄여 자비 즉 인애의 마음으로 백성을 편안히 잘살게 하는 것이야말로 불교에 대한 제대로 된 숭배라고 봤다”고 설명한다.
김시습이 수락산에 머무르던 시절인 1476년 집필한 것으로 추정되는 ‘임천가화’는 그간 이름으로만 알려져 있다가 지난해 일본 국립공문서관 내각 문고에서 찾아 가치가 큰 자료다.
박 교수는 “두 책은 불교를 ‘대상화’해 바라보고 있음이 특이하다. 그리하여 불교란 무엇인가, 불교는 정치와 인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가 등을 이야기한다”고 짚었다.
이어 “전근대 동아시아에 불경(佛經)을 해석하거나 불서(佛書·불교에 관한 서적)의 요지를 밝힌 책은 수없이 많지만 정작 이런 종류의 책은 찾기 어렵다”고 의미를 강조했다.
박 교수는 김시습의 사상 세계를 연구하면서 기존 연구에도 일부 이의를 제기한다.
그는 책에 “논쟁적 문제 제기가 적지 않다”면서도 “김시습 사상 연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5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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