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그 무의미함에 대하여…조해진 장편소설 ‘빛과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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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다큐멘터리 사진가 권은은 내전 중인 시리아에 갔다가 왼쪽 다리의 절반을 잃는다. 더 이상 카메라를 들고 분쟁지를 누빌 수 없게 된 그는 저작권료로 근근이 생활하며 어린 시절 작고 어두운 방에서 느꼈던 “고요히 소멸하고 싶은 욕망”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조해진의 장편소설 ‘빛과 멜로디’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나눠 가진 권은과 승준이 각각 다큐멘터리 사진가와 기자가 된 뒤 재회해 펼쳐지는 이야기다.

기자인 승준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거주하는 나스차와의 인터뷰를 계기로 영국에 있는 권은과 다시 연락이 닿는다. 그리고 두 사람을 중심으로 국경과 국적을 초월한 다른 여러 사람의 갖가지 사연이 펼쳐진다.

러시아 로켓공격 받은 하르키우 호텔
[하르키우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작품은 작가가 2017년 발표한 단편 ‘빛의 호위’ 이후의 이야기다.

작가는 새로 창조한 여러 인물의 사연과 넓은 시공간을 오가며 ‘작은 빛’으로 연결되는 사람들의 존귀한 삶과 그들의 간절한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조해진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로기완’의 원작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비롯해 입양인, 탈북자, 외국인 등 사회적 타자의 삶을 역사적 관점에서 다룬 작품들을 써오며 독보적인 문학 세계를 일궈온 소설가다.

해외 입양인과 기지촌 여성의 삶을 다룬 전작 ‘단순한 진심’에 이어 작가가 5년 만에 내놓은 장편인 이번 소설 역시 국경을 넘어 세계 곳곳의 삶과 죽음의 현장에 가 닿은 섬세한 시선과 전쟁과 평화에 관한 윤리적 질문들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조해진 작가는 출간 전 편집진과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동시대 전쟁을 바라보며 전쟁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문학으로 증명하는 소설을 쓰고 싶어졌다”고 집필 배경을 밝혔다.

문학동네. 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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