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의 황혼’·’국외자들’ 국내 첫 개봉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세계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전설적 거장들의 흑백영화가 잇따라 가을 극장가를 채운다.
19일 영화계에 따르면 오즈 야스지로(1903∼1963)의 마지막 흑백영화인 ‘동경의 황혼’은 다음 달 9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개봉한다.
1957년에 나온 이 영화는 아내가 가출해 마음고생 중인 슈키치와 그의 두 딸 이야기를 그린 가족 드라마다. 야스지로의 다른 작품과는 달리 겨울을 배경으로 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게 특징이다.
개봉 당시에는 야스지로 특유의 따뜻한 가족 드라마를 기대했던 관객에게서 좋은 평가를 듣지 못했지만, 야스지로 사후 가족 간 단절을 절제된 연출로 표현한 수작이라는 평을 끌어냈다.
배급사 엣나인필름은 이 영화와 함께 야스지로의 대표작인 ‘동경 이야기'(1953)도 같은 날 선보인다.
일본 국민 영화인 ‘동경 이야기’는 오랜만에 자식들을 만나기 위해 상경한 노부부의 모습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짚은 작품이다. 역대 최고의 영화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될 만큼 걸작으로 꼽힌다.
프랑스 누벨바그를 이끈 장뤼크 고다르(1930∼2022)의 영화 ‘국외자들’은 오는 25일 관객을 찾는다. 개봉 60주년과 고다르 별세 2주기를 맞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정식 개봉한다.
1964년 개봉한 이 작품은 고다르의 혁신적인 영화 언어를 경험할 수 있는 범죄 드라마다. 미국 작가 돌로레스 히친스의 소설 ‘바보의 황금’을 원작으로 했다.
파리 근교에 사는 젊은 여성 오딜이 이모네 부부 집에 엄청난 액수의 현금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친구들과 함께 돈을 훔칠 계획을 세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여자는 여자다’, ‘비브르 사 비’, ‘알파빌’, ‘미치광이 피에로’ 등에 출연한 고다르의 뮤즈이자 아내 안나 카리나가 주인공 오딜 역을 맡았다.
‘국외자들’ 역시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0대 영화에 든 명작이다. 카페에 앉은 세 등장인물이 1분간 침묵하는 장면과 루브르 박물관을 가로지르며 뛰는 장면 등은 지금까지도 회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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