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조각난 지혜로 세상을 마주하다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예술 도둑

[글항아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조각난 지혜로 세상을 마주하다 = 김영민 지음.

시인이자 철학자인 저자가 2023년 10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서울 종로구 서촌에 있는 서숙에서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모두 10편의 강연을 모았다. 이 가운데 대중강연에 자주 등장하는 과학자 박문호, 작가 유시민, 여성학자 정희진을 분석한 1강 ‘인문학에 대한 네 가지 다른 태도’가 흥미롭다.

저자에 따르면 박문호는 기억의 천재다. 그는 ‘이해하지 말고 암기하라’를 지론으로 삼았다. 세상에는 암기할 게 너무 많은 데 질문하는 건 시간 낭비라고 여긴다. 이 때문에 인문학적 논변을 쓸데없는 짓이라고 판단한다.

유시민은 자주 성급해 보이지만 똑똑하고, 학습 능력이 좋으며 쟁여둔 말도 많은 데다가 비평에 대한 현장 경험도 풍부해 논평에 특화된 측면이 있다. 정희진은 자주 말이 다른 주제로 새지만 글쓰기는 나무랄 데 없다. 그는 “제 나름의 시각을 담은 제 나름의 글을 옹글게” 써낸다.

저자는 이 셋의 말하기와 글쓰기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를 좇으며 그들의 지적 관심이 어떻게 넓어지고 재배치되며 진화하는지를 살핀다.

글항아리. 228쪽.

[어크로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 = 앤드루 릴런드 지음. 송섬별 옮김.

작가인 저자는 10대 시절 망막색소변성증을 진단받는다. 느리지만 꾸준히 시력이 사라지는 병이다.

처음에 그는 병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직 세상을 볼 수 있으니까, 자신은 시각장애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차로 사람을 칠 뻔하고, 어제 놓아둔 컵을 찾지 못하면서 저자는 장애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인정하게 된다. 그는 수치심을 이겨내고 지팡이와 함께 외출을 시도한다.

시력 악화를 겪으며 완성한 저자의 첫 저서이자 회고록이다. 올해 퓰리처상 회고록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다.

한국어판에선 제목, 부제, 저자명, 역자명을 점자로 표기했다.

어크로스. 432쪽.

[생각의힘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예술 도둑 = 마이클 핀클 지음. 염지선 옮김.

스테판 브라이트비저는 예술품을 훔치는 도둑이다. 1994년부터 2001년까지 유럽 전역에서 200여 회에 걸쳐 작품 300점 이상을 훔쳤다. 금전적 가치로만 2조원에 이른다.

여타 도둑들처럼 변장하지도, 몰래 들어가지도 않았다. 사람들로 붐비는 대낮에 당당하게 미술관에 입장해 나이프를 활용해 작품을 훔쳤다.

그러나 돈 때문에 훔치는 건 아니었다. 그를 절도로 이끈 건 작품에 내재한 ‘아름다움’이었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가 역사상 가장 많은 예술 작품을 훔친 희대의 도둑, 브라이트비저를 둘러싼 기이한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생각의힘. 304쪽.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