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픽!] 영생은 축복일까, 아니면 저주일까…’불사의 저주’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1645년 러시아의 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여자아이는 아버지로부터 영원한 생명을 누리라는 축복을 받는다.

그로부터 약 300년 뒤, 러시아의 눈 덮인 숲속에 마녀라고 불리는 중년의 여성이 홀로 살고 있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딱 하나, 죽는 것뿐이다.

웹툰 ‘불사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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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불사의 저주’는 불로불사의 마법에 걸린 한 사람이 죽기 위해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주인공 지나이다는 소비에트 공화국 소유의 외딴 산장 관리인이다.

겉으로는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며 평화롭게 사는 중년의 여성으로 보이지만, 그 속에는 300년 넘게 온갖 풍파를 겪으며 지친 영혼이 있다.

어릴 적 아버지가 마녀의 힘을 빌려 걸어준 강력한 영생의 축복 때문에 지나이다는 사지가 찢겨도 다시 팔다리가 돋아나고, 총에 맞거나 불에 타더라도 죽지 않는다.

다만 이 과정에서 모든 고통은 생생하게 느낀다. 지나이다는 매번 죽을 듯이 아프고도 죽지 않는 몸뚱이에서 해방되고 싶어 한다.

축복을 걸어준 사람만 이를 거둬들일 수 있는데 아버지는 세상을 떠난 지 오래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처럼 아버지의 환생인 청년, 티모페이를 만난다.

반정부 조직에 소속된 킬러인 티모페이는 지나이다에게 살인과 시체 처리를 하는 것을 도와주면 죽는 것을 돕겠다고 약속한다.

이때부터 지나이다와 티모페이의 기묘한 동행이 시작된다.

가족도, 연인도 아닌 둘의 관계가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둘은 처음에는 각자의 목표를 위해 손잡은 동업자에 가깝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를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고 이를 남녀 간의 애정 관계로 그려내지는 않았다.

자신의 자유와 미래를 포기하고 서로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에서 혈연보다도 더 진한 가족애가 느껴진다.

배경이 되는 러시아의 어지러운 정세도 잘 담겼다.

끝없는 전쟁과 기아, 혁명,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복수와 용서가 뒤섞이면서 지나이다는 누군가에게 가해자가 되기도,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러시아라는 배경에 피와 머리카락, 소련 군복의 견장만 붉게 칠하고 나머지는 흑백으로 표현한 연출이 더해지면서 마치 고전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불사의 저주’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영생은 저주고 죽음이야말로 축복일 수 있다는 화두를 끊임없이 던진다.

300년에 걸친 지나이다의 지난한 삶과 고통을 따라가다 보면 임종 직전에 ‘편히 쉬라’고 건네는 마지막 인사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리디에서 볼 수 있다.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