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윤서·김민주와 호흡…”작품의 순수함에 끌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조선호 감독의 신작 영화 ‘청설’은 20대 청춘의 고통과 사랑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그려낸다.
홍경과 노윤서, 김민주 등 주연배우 세 명도 모두 20대라 그런지 연기가 자연스럽다.
“제가 아직 20대일 때 첫사랑 연기를 꼭 해보고 싶었거든요. 제가 그린 첫사랑이 관객분들께 어떻게 전달될지 궁금해요.”
3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홍경(28)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청설’에서 홍경은 대학을 졸업하고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스물여섯 살 취업준비생 용준 역을 맡았다.
부모님 식당 일을 도우면서 소일하던 용준은 도시락을 배달하러 수영장을 찾아갔다가 동갑내기 여름(노윤서 분)과 마주쳐 첫눈에 반한다.
여름은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는 수영선수인 동생 가을(김민주)을 뒷바라지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여름과 가을이 수어로만 대화하는 것을 본 용준은 자매가 청각장애인이라고 직감하고 대학 시절 익힌 수어로 말을 건다.
홍경은 첫사랑에 빠지는 그 순간을 연기하는 게 좋았다고 한다. 그는 “그 찰나의 감정을 영상에 담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영화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경이 ‘청설’에 출연하기로 한 것은 단순히 첫사랑 이야기라서만은 아니었다. 그는 “이 작품엔 순수함이 있었다”며 “용준이 자기 마음을 온전히 내던지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돌아봤다.
‘청설’은 2010년 국내 개봉한 동명의 대만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지만, 2020년대 한국이라는 배경에 맞춰 이야기를 과감하게 재창조했다. 용준도 능청스럽고 적극적인 원작 주인공과 달리 내면적이고 섬세한 성격으로 그려진다.
홍경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수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용준을 연기했다”며 “그 순수한 감정 앞에선 나 자신이 부끄러운 순간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용준과 여름, 가을이 수어로 소통하는 장면은 감정 표현을 제한하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생생하게 살려낸다. 이들은 다채로운 손짓과 몸짓, 표정으로 첫사랑의 설렘과 고민, 갈등을 오롯이 관객에게 전달한다.
홍경은 “수어를 할 땐 상대방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그의 마음을 눈으로 들여다보면서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며 “그러다 보니 감정 전달도 자연스럽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세 배우는 3개월가량 수어 연습을 함께했다. 홍경은 “연습 기간 수어만 배운 게 아니라 서로 알아가는 시간도 가져 연기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요즘 개봉하는 한국 영화 가운데 액션이나 스릴러는 많아도 로맨스는 찾기 힘들다. 주연배우 세 명이 모두 20대라는 점에서도 ‘청설’은 드문 사례다.
홍경은 “20대 배우들도 스크린에서 멋지게 춤출 수 있고, 작품 하나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작품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스크린 데뷔작 ‘결백'(2020)에서부터 연기력으로 주목받은 홍경은 ‘정말 먼 곳'(2021)과 ‘댓글부대'(2024)에 이어 ‘청설’로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내년에 공개될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에도 캐스팅됐다. 이 작품에서 설경구와 호흡을 맞추게 된 홍경은 “선배님의 에너지에 압도되는 순간이 많아 새로운 세계로 들어간다는 느낌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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