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관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아프간인 수백 명이 ‘테러’ 단체에 살해당할 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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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우리를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우리는 목숨을 걸고 한국을 위해 충실하게 일했습니다. 우리가 안전한 곳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미군이 철수를 하고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 세력의 확대로 인해 치안이 무너져 내린 아프가니스탄에서 과거 한국 관련 기관을 다니며 근무했던 현지인들의 목숨이 위협 받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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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지를 넓히는 탈레반은 이들의 소재지를 파악하려 추적중이며 이미 그 중 일부 관련 현지인들은 총격 테러를 당했다. 한국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아프간에서 병원과 직업훈련원 등을 운영하며 지방재건팀 공식 임무를 수행한 바 있다. 특히 미군 기지인 바그람 기지에 자리 잡았던 한국 병원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약 23만명의 환자를 진료했다.한국 직업훈련원도 ‘아프간의 매사추세츠공대(MIT)’로 불리며 400여명의 인력을 배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여러 한국 기관에서 근무했던 통역, 의료진, 사무직 직원 등 현지인이 아프간 정부와 외국을 위해 일했다는 이유로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 놓인것이다. 바그람한국병원에 근무했던 이들의 수만 45명가량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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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015년 바그람한국병원에서 통역으로 근무했던 미르 지아우딘 세디키(40)는 한국에 현지 상황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세디키에 따르면 한국 기관 근무자와 그 가족 중 한국 정부로부터 현지 탈출과 이주 지원을 바라는 이들의 수는 현재까지 파악된 인원만 200여명이 된다. 그러나 카불 이외 지방 거주자까지 포함하면 이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미국은 현재 자국에 협력했다가 탈레반의 보복 위험에 처한 현지 주민을 구제하기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동원 중인데 이들 한국 기관 근무자들은 한국에 구원의 손길을 기대하고 있다. 아내와 4자녀를 둔 세디키도 가족을 데리고 아프간을 떠나 안전한 곳으로 이주하기 위해 동료와 함께 최근 한국 정부에 관련 요청을 했다고 전했다.
최근 괴한이 총격 공격을 벌인 아프간의 한 병원(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최근 괴한의 총격이 발생한 아프간 바그람의 한 민간 병원. 당시 이 병원에는 아프간 바그람한국병원에서 근무했던 수나툴라가 있었고 이 공격으로 그는 중상을 입었다. 2021.8.11 [ 미르 지아우딘 세디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도 카불에서 20㎞가량 떨어진 마을에 사는 세디키는 “밤에 탈레반이 마을로 들어와 정부나 외국 기관에서 근무했던 이들을 찾고 있다”며 “잘 모르는 이들이 마을 주민에게 내 집의 주소를 묻기도 했다”고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현지 상황을 전했다.세디키는 “탈레반은 2주 전에도 정부 기관에서 근무했던 마을 주민 6명을 끌고 가 신체를 잔인하게 훼손하면서 살해했다”며 “지난달에는 한국 병원 동료였던 수나툴라가 바그람의 개인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괴한의 총격으로 중상을 입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에서 경비를 서는 무장반군 탈레반 대원들. [AP=연합뉴스]
그는 “2017년 11월에는 가족 차에 설치된 폭탄이 터지면서 나와 함께 있던 형이 크게 다쳤고 이 소식을 들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기도 했다”며 “형은 이 사고로 거동이 불편해 탈출 시도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알렸다. 그는 12살 때 아버지가 탈레반에 의해 살해된 후 가족 생계를 책임져 왔다고 한다.바그람한국병원에서 근무했던 의사 아브 파힘도 “탈레반이 곳곳에서 출현하고 있어 매우 걱정되는 상황이며 가족은 외출이나 여행도 두려워하고 있다”며 “우리의 삶과 안전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형편”이라고 우려했다. 세디키는 현지 치안이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고 있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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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매일 수천명이 국경을 넘어 탈출하고 있다”며 “지난 5월 미군 등 외국군 철수가 시작된 후 이런 상황은 더 악화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 당국은 “아프간 현지인으로부터 비자 발급, 이주 등과 관련한 공식 서류 신청은 아직 받지 못한 상태”라며 “당국도 아프간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탈레반은 2001년 9·11테러 직후 오사마 빈 라덴을 넘기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가 미군의 침공을 받고 정권을 잃은 후 정부군 등과 장기전을 이어오는 중이다. 특히 미군 철수가 본격화되자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여러 주도(州都) 등 주요 도시를 잇달아 장악하고있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2017년 괴한의 폭탄 공격으로 크게 다친 아프가니스탄인 미르 지아우딘 세디키의 형. 세디키는 2010∼2015년 바그람 한국 병원에서 통역으로 근무했으며 최근 탈레반이 세력을 넓히면서 가족 안전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2021.8.11 [ 미르 지아우딘 세디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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