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고시간 2023-10-12 09:00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배우 김지훈은 최근 공개된 이충현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에서 빌런 최프로를 연기했다.
최프로는 여러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성 착취 범죄를 저지르는 사이코패스 같은 인물이다. 화려한 외모와 근육질의 체격에 고급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며 여성을 유혹한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지훈은 이 감독으로부터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선뜻 수락하진 못했다고 털어놨다.
“아무래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였죠. 많은 사람이, 특히 여성들이 혐오할 수밖에 없는 범죄를 저지르는 역할이었으니까요. 회사(소속사)에서도 처음엔 신중하게 결정하자는 의견이 있었어요.”
그러나 김지훈은 ‘발레리나’의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어 캐스팅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여기엔 이 감독과 상대 역의 배우 전종서에 대한 신뢰도 작용했다.
김지훈은 “이충현 감독과 전종서 배우에게 믿음과 기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제 필모그래피에 흑역사가 되진 않을 수 있겠다’, ‘잘만 하면 사람들에게 인상적인 모습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그는 “완성된 작품을 봤는데, 영화를 찍을 땐 상상하지도 못했던 그림과 리듬, 전체적으로 정말 세련되고 힙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며 “다시 한번 ‘대단한 능력을 지닌 감독이구나’라고 탄복했다”고 말했다.
김지훈은 최프로에 대해 “클럽에서 여성에게 말을 걸 땐 멀쩡해 보일 뿐 아니라 호감까지 가는 모습인데 흉악한 모습이 감춰진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프로가 근력 운동을 하는 장면을 예로 들면서 “빈틈이 없어 보이고 자기관리를 완벽하게 하는 나르시시스트의 면모도 있는 캐릭터”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지훈은 ‘박사방’이나 ‘n번방’과 같은 성 착취 사건들도 잘 알고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올해 42세인 그는 “아무래도 나이가 어느 정도 차면서 아저씨처럼 뉴스를 많이 보게 되더라”며 웃었다.
연기하기가 가장 힘들었던 장면으로는 바닷가에서 찍은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꼽았다. 그는 “모든 걸 내려놓고 쏟아부으면서 연기해야 했다”며 “10월 말이라 꽤 추웠는데 해가 질 때 촬영을 시작해 해가 뜰 때까지 했다”고 회고했다.
김지훈은 동료 배우인 전종서에 대해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연기도 예술에 속하는데, 종서 씨는 너무 훌륭한 예술가”라며 “저와 같은 사람은 예술가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하는, 그래야만 조금이라도 인정받을 수 있는 걸 만들어내는 타입이라면, 종서 씨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예술이 되는 타입”이라고 했다.
전종서가 연기한 옥주와 최프로의 격투 장면에 대해선 “계속 때리고, 맞고 하다 보면 팔과 팔이 부딪히는데 가녀리고 왜소한 체격의 종서 씨가 저보다 아플 수밖에 없다”며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그는 이충현 감독과 전종서의 공개 연애에 대해선 “두 사람의 애틋한 감정이 느껴져 부러울 때가 간혹 있었다”면서도 “(두 사람의 관계로) 촬영이 흘러가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지훈이 출연한 넷플릭스 콘텐츠로는 ‘발레리나’ 외에도 ‘연애대전'(2023)과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2022) 등이 있다.
오래전부터 넷플릭스 콘텐츠에 출연하고 싶었다는 그는 ‘발레리나’가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끄는 데 대해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전 세계적으로 많아진다는 것”이라며 “제가 좋은 작품을 만들고, (넷플릭스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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