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쾌한 한 방을 위한 기나긴 기다림…영화 ‘용감한 시민’

2023-10-19 07:00

학폭 가해자 주먹으로 응징하는 기간제 교사 이야기
영화 ‘용감한 시민’ 속 한 장면

[마인드마크, 스튜디오N, 웨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평온한 고등학교 교정에 포르쉐 한 대가 굉음을 내며 들어선다.

차에서 내린 건 교사도 학부모도 아닌, 학생 수강(이준영 분)이다. 학교폭력을 주도해 2년을 유급당한 그는 이 학교의 왕이다.

학교 안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건 물론이고 교사에게 존댓말조차 쓰지 않는다. 심지어 동급생 진형(박정우)을 때리는 걸 교내 방송으로 실시간 중계하고, 학교 앞에서 김밥을 파는 할머니에게 패악을 부려도 처벌받지 않는다.

그러나 검찰에 ‘빽’이 있고 학교 재단과 줄이 닿아 있으며 집도 부자인 수강을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다.

이런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강적이 생긴다. 전직 프로 복서이자 기간제 교사 시민(신혜선)이다. ‘소시민’이라는 이름처럼 조용히 일하다 정규직이 되는 게 그의 꿈이지만, 수강의 안하무인이 시민의 눈에 자꾸만 거슬린다.

시민은 결국 고양이 모양의 가면으로 정체를 숨긴 채 수강을 흠씬 두들겨 패주기 시작한다.

영화 ‘용감한 시민’ 속 한 장면

[마인드마크, 스튜디오N, 웨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진표 감독이 연출한 영화 ‘용감한 시민’은 친구들을 괴롭히던 수강과 그에 맞서는 시민의 이야기다. 김정현 작가가 연재한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선악이 뚜렷한 캐릭터와 악인을 법에 앞서 주먹으로 응징한다는 스토리는 ‘범죄도시’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약자에겐 한없이 강하던 수강이 시민에게 정신 차릴 새 없이 맞는 장면을 보면 쾌감이 찾아온다. ‘범죄도시’, ‘헌트’ 등에서 실력을 뽐낸 허명행 무술감독 표 액션도 시원한 타격감을 안긴다.

그러나 이런 통쾌한 한 방을 느끼기 위해서는 인내심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끔찍한 학교 폭력이 체감상 러닝타임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여자라고 해서 수강 일당의 폭력을 피해 가진 못한다. 자기 몸집의 반만 한 여학생 머리채를 질질 끌고 가 얼굴을 밟는 모습에선 절로 눈이 질끈 감긴다. 시민의 “참교육”을 더 극적으로 만들려는 의도라 해도, 여자 교사를 향한 성추행과 욕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영화 ‘용감한 시민’ 속 한 장면

[마인드마크, 스튜디오N, 웨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는 깔끔한 권선징악으로 마무리되지만, 허무함과 무력감이 찾아올 수도 있다.

시민이 용기를 내 수강을 처단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수강 일당 못지않은 싸움 실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결국 수강만큼 강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허락되기 어려운 정의 구현이라는 말이다. 공권력과 힘을 동시에 가진 ‘범죄도시’의 괴물 형사 마석도(마동석)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웹툰에선 자연스레 받아졌던 세계관이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어색해진 감도 있다. 아무리 교권이 바닥에 떨어지고 청소년 범죄가 극심한 요즘이라고 해도, 영화 속 학교는 도저히 실존할 것 같지는 않다.

박 감독은 17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알려지지 않았을 뿐 교권 침해와 학폭 문제는 굉장히 오래전부터 나온 문제”라면서 “우리가 모른 척했을 뿐이고 지금 세상에 막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영화이고 웹툰을 영화화한 것이니 관객들이 후련하기 보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10월 25일 개봉. 112분.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 ‘용감한 시민’ 속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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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mbo@yna.co.kr